이승엽 “삼성 원한다” 삼성도 “이승엽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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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4일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포공항=뉴시스]

“삼성 복귀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35)이 돌아왔다. 8년에 걸친 일본 생활을 접고 아내 이송정(34) 씨, 두 아들과 함께 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거취를 묻는 취재진에게 삼성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하게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달 18일 오릭스에 국내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감으로 “홀가분하다. (일본에서)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고 했다.

 이승엽은 해외 복귀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다. 원소속 구단(삼성)에 우선협상권이 없어 국내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이승엽은 삼성을 원한다. 그는 “삼성으로 가는 게 최상의 방법인 것 같다. 내가 태어났던 곳(대구)이고 뛴 곳이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삼성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복귀 희망을 말했다. 이승엽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아홉 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뛰며 1143경기에 출전, 타율 3할5리·324홈런·948타점을 기록했다.

 삼성 구단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승엽이가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채태인과 번갈아 1루수와 지명타자로 쓸 수 있다. 가용폭이 더 커져 팀이 탄탄해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구에 머물고 있는 송삼봉 단장은 "이승엽의 전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만나면 대화를 나누면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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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복귀는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직전인 2003년 연봉 6억3000만원을 받았다. 타 구단이 이승엽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FA규정에 따라 28억3500만원, 또는 18억9000만원+보상선수 1명을 삼성에 주어야 한다. 연봉도 구단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승엽은 “나이가 있어 예전처럼 최고 대우를 받겠다는 건 없다.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액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이승엽은 오릭스에서 연봉 1억5000만 엔(약 21억5000만원)을 받았다. 올 시즌 한국야구 최고 연봉 7억원(김동주·두산)의 3배가 넘는다.

 한국 무대에 복귀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승엽은 “내년까지 일본에서 뛰면 한국에서 잘하기 힘들지 않나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야구가)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다. 몇 배는 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과 직접 접하는 게 다를 수 있다. 힘들 거라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이승엽은 올 시즌 오릭스에서 타율 2할1리에 그쳤으나 홈런은 15개를 쳤다. 장타력이 살아 있다. 이승엽의 국내 무대 1차 목표도 홈런이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전까지 324홈런을 기록해 이 부문 통산 4위다. 1위 양준혁(42·351개)과 27개 차다. 이르면 내년 시즌에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승엽은 “홈런은 한번 해보고 싶다”면서 “2000안타도 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야구 그만둘 때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통산 1286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승엽이 복귀하면서 복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박찬호(38·전 오릭스)와의 맞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이승엽 역시 “박찬호 선배의 복귀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온다면 꼭 한번 붙어보고 싶다. 한국 영웅 투수의 공을 쳐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진우·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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