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몸살 앓는 ‘월가 시위 메카’ 주코티 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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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에 텐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텐트촌은 성범죄 등 치안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월가 시위의 ‘메카’가 된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이 잇따른 성범죄와 도난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일(현지시간)엔 26세 남자가 지난달 25일 주코티 공원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도 지목돼 있다고 뉴욕 데일리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3일 전했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후 시위와 관련 없는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7명이다. 성범죄·절도·폭력이 2건씩이다. 한 명은 폭스뉴스 기자의 목에 펜을 겨누고 찌르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뉴욕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범죄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3일 “주코티 공원 안에서 각종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시위대가 이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뉴욕시의 치안이 위협받고 있다”고 시위대를 겨냥했다. 그는 “18세 시위 참가자가 지난주 공원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시위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범죄자를 쫓아내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건 최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공원에 텐트가 빼곡히 들어섰기 때문이다. 애초엔 사생활이 다 노출돼 성추행과 같은 범죄가 어려웠으나 텐트가 생기자 자율방범대도 통제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맨해튼 각지에서 노숙자와 히피족이 몰리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이 오히려 범죄를 방관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이를 빌미로 시위대를 공원에서 내쫓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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