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고이즈미’ 42세 하시모토 “일본정치에 독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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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전 오사카부(府) 지사

‘젊은 고이즈미’ ‘제2의 오자와’.

 요즘 일본 정치권의 최대 화제 인물인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42·사진) 전 오사카부(大阪府) 지사를 일컫는 말들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하시모토 전 지사를 두고 일각에선 ‘독재자’로 폄하한다. 하지만 리더십 부재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모처럼 강한 지도자가 등장했다는 엇갈린 평가도 만만치 않다.

 하시모토는 지난달 말 오사카부 지사직을 내던졌다. 툭하면 충돌하는 히라마쓰 구니오(平松邦夫·62) 오사카 시장과는 같이 일하기 힘들다며 이달 27일에 치러지는 오사카 시장 선거에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곤 오사카시(市)와 사카이시(市) 등으로 이뤄진 오사카부(府)에서 시(市)와 부(府) 단위 행정구역을 없애고 오사카도(都)로 단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같은 사업을 이중으로 벌이는 비효율을 근본부터 뜯어고치기 위해선 도쿄도()에 이은 제2의 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한 단계 격을 내려 오사카 시장이 된 뒤 ‘오사카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시’를 없애기 위해 스스로 시장이 되겠다는 역발상이다. 대신 오사카부 지사 보궐선거에는 자신의 최측근을 내세웠다.

고이즈미 전 총리

 하시모토의 거침없는 언동은 ‘하시모토류(流)’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는 “지금 일본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독재”라고 말했다.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하는 기존 정치권을 향해선 “(이번 선거는) 여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과의 대전쟁이다. 이걸 피하면 안 된다. 하지 않으면 ‘결단력이 없다’고 비판하고, 하면 ‘독재자’라고 비난할 것이다. 어차피 비난당할 바에야 하고 비난받는 쪽을 택하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아사히신문은 4일 “절규하는 듯한 연설, ‘저항세력’을 만든 뒤 이를 비판하는 정치수법은 우정민영화를 추진한 고이즈미 전 총리를 방불케 한다”고 비교했다.

 하시모토는 변호사 시절 오랫동안 법률상담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명도를 쌓은 뒤 38세이던 2005년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 앞에서 “당신들은 지금 파산회사의 종업원”이라고 몰아세운 뒤 공무원 인건비와 각종 단체 보조금 삭감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오사카부는 그의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여야와는 거리를 둔 ‘오사카 유신(維新)의 모임’을 구성, 지난 4월의 오사카 지역 지방의회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넘는 약진을 보였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일본의 총리는 (국민이 직접 뽑는) 공선(公選)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론을 반복, “다음 단계로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사상적으로는 극우에 가깝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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