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치료, 제대로 알아야 약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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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빈정형외과 오상빈 원장

한때 산 좀 탔다고 자부하던 50대 후반 주부 김씨. 올해도 어김없이 남하하는 단풍을 따라 매주 산행 계획을 잡아 두었지만, 허무하게도 올 가을 첫 단풍나들이에서 극심한 무릎 통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신세를 지며 하산하고 말았다. 검사 결과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김씨는 날이 선선해지면서 무릎 통증이 도졌다고 털어놓았다. 미리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행여 수술이라도 해야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었고, 또 하나는 약물치료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평생 위장병 때문에 고생해왔던 터라, 관절염약 복용이 위장에 좋을 것이 없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아예 치료할 마음을 접었다는 것이었다. 김씨의 경우 다행히 시급히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상태는 아니지만, 당분간 무리한 산행은 어렵다는 말에 적잖이 실망하며 진료실을 나갔다.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관절이라는 기관에 어떤 원인에서든 염증이 생겨 통증과 함께 붓고 열이 나면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관절염은 원인 및 발생 부위에 따라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가 넘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인구 7명 중 1명이 관절염 환자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퇴행성 관절염, 류미티스 관절염 등은 50세 전후 세대에는 익숙한 질환이다. 김씨와 같이 중년을 넘긴 여성에게 흔히 발견되는 퇴행성 관절염은 말 그대로 관절을 이루는 연골이 닳고 닳아 뼈와 뼈가 부딪히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중, 노년층에게 많이 발견되지만 외상 등으로 인해 젊은 연령층에서도 심심치 않게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찾을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직 원인 불명확한 면역계 질환으로 초기에는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발생하지만 점차 주위의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져 관절이 파괴되고 변형을 초래한다. 연령과 상관없이 발생하며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아직은 없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통증이 경미하고 지속적이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을 쓴다.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가 더 이상 통증을 경감시키지 못하고 관절 주변의 변형이 뒤따른다면 관절경 시술, 인공관절치환술 등의 수술적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많은 수가 통증이 생길 경우, 패치 등을 통해 일시적 통증 완화만 거듭하는 자가 진단과 치료를 지속하다가 더 이상 통증을 견디지 못할 때 병원을 찾는다.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보존적 치료법은 생각도 못해보고 바로 인공관절치환술 같은 수술적 치료법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치료법이든 이미 시작된 퇴행을 되돌리거나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자세에 따라서 관절염 진단 및 치료 이후의 삶의 질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환자 김씨의 경우처럼 수술적 치료가 무섭다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서 적극적인 치료법을 전문의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위장 장애 때문에 항염제를 먹기 겁난다는 환자의 고충은 실제로 진료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경우다. 과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가 대표적인 약제로 쓰이던 시절에는 소화기계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서 소화기를 보호하는 약물을 함께 쓰는 등 약물 과다 복용에 대한 부담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증 감소와 함께 항염 효과도 유지하면서 위장질환 합병증을 발생률을 현저히 줄인 쎄레브렉스(성분명 : 쎄레콕시브) 등의 약물도 나와있어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김씨는 위장질환을 줄인 항염제 약물치료와 함께 물리치료 등을 받고 있다. 또한 관절에 무리를 주는 등산, 달리기, 에어로빅 등의 운동 대신 수영, 걷기 등의 운동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언제 다시 좋아하는 산행을 시작하게 될 지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절염 치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해나간다면 머지 않아 가벼운 배낭을 둘러 맨 꽃구경, 단풍 구경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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