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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과 더불어 골다공증·고혈압 급증…호르몬 선택은 신중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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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 의사에게 골다공증 상담을 받고 있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갱년기에는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활성화돼 골다공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중앙포토]

주부 김보연(51·서울 강동구 명일동)씨는 요즘 들어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져 버럭 화를 낸다.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얼굴이 붉어지거나 땀을 줄줄 흘리기도 한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특별한 걱정이 없는데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기분도 울적하다. 활발했던 예전과 달리 모든 일이 귀찮다. 건강진단을 받아보니 뼈도 약해졌다. 그녀 역시 모든 중년 여성의 통과의례인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성 갱년기 초기 관리가 중요

여성에겐 난자를 만들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난소’라는 기관이 있다. 태어날 때 200만 개 정도의 난자를 보관하고 있던 난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화한다. 초경이 시작되는 사춘기에는 4만 개 정도만 남는다. 이 중 400개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배란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없어진다. 갱년기는 난소에 보관돼 있던 난자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 폐경 전후 시기를 뜻한다.

 여성호르몬 대부분은 배란이 일어날 때 분비된다. 배란이 일어나지 않으면 여성호르몬은 급격히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져 성격이 대담해지고 사회성이 강한 여성으로 변한다.

 호르몬 변화로 신체는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짧게는 수개월 안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보통 5~10년 증상이 지속된다. 따라서 이 시기를 잘 넘겨야 갱년기 이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노정래 교수는 “갱년기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큰 골다공증·심장혈관질환을 앓을 수 있다”며 “초기부터 진찰을 받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활성화해 골다공증이 생기고, 피하지방이 내장비만으로 바뀌면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이다.

천연 호르몬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승마에는 여성 갱년기에 유효한 성분이 들어 있다.

천연호르몬 대체제 ‘승마’ 주목

갱년기 장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성호르몬 보충요법(HRT)이 활용돼 왔다. 하지만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유방암이나 심장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뒤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같은 호르몬 의존성 종양이 있었던 사람은 이 치료를 받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호르몬 보충 요법보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호르몬 대체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갱년기 치료에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은 블랙 코호시(Black Cohosh·승마)다. 예로부터 승마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생리통 치료 식물로 불리며 애용됐다. 난소의 기능 저하로 인한 갱년기 증후군, 난소 적출술 뒤 후유증, 월경 전 증후군·생리통 등 여성의 신체 증상에 유효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승마가 여성 갱년기 장애를 치료하는 데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표적 제품은 한화제약이 독일 비오노리카(Bionorica)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클리마디논’이다. 승마 추출물 단일 제제로 갱년기와 관련된 안면홍조·골다공증·수면장애 증상을 개선한다.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도 유효성분이 어느 정도 함유돼 있는지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과학적 기준에 맞춰 표준화 과정을 거쳤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약사교육연구회 정경혜(약사) 회장은 “표준화 작업을 거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며 “제품을 구입할 때 표준화된 추출 기술로 만들어진 의약품인지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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