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약, 임산부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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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떨어지면 괴로운 병이 관절염이다. 골 관절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루푸스, 통풍 등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 이 중 골 관절염(퇴행성관절염)은 뼈 사이의 연골(물렁뼈)이 닳거나 손상되는 것이 주원인이다. 물렁뼈라는 ‘완충장치’가 사라지면서 뼈와 뼈가 직접 부딪쳐 통증·염증이 생긴다. 골 관절염은 환자의 80%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손가락·발가락 등 말초의 뼈가 녹는 병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염증으로 척추뼈가 자라나 서로 붙는 질환이다.

 요즘 류머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널리 처방되는 약은 ‘엔브렐’(화이자사), ‘레미케이드’(얀센사), ‘휴미라’(에보트사) 등 TNF(종양괴사인자)를 억제하는 약들이다. 하나같이 생물학제제이며,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적극 개발 중인 바이오 시밀러(bio similar, 복제 생물의약품)의 대상들이다.

 1980년대 실험동물인 흰쥐에서 처음 발견된 종양괴사인자(TNF)는 용어 그대로 종양을 죽이는(암 발생을 막는) ‘고마운’ 존재다. 백혈구의 대식(大食) 세포가 생산·분비하는 단백질로, 암세포만을 공격하고 정상 세포에는 거의 해를 주지 않아 암 환자에겐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류마티스성관절염·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겐 반대다. 환자의 몸속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TNF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염증이 손가락·발가락 등 말초에 발생하면 류머티스성 관절염, 엉덩이·척추 등에 생기면 강직성 척추염이다

 최근 방한한 류머티스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베를린자유대학 유르겐 브라운 교수는 “TNF처럼 일견 건강에 이로워 보이는 물질도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다”며 “TNF를 억제하는 관절염 치료제는 TNF의 나쁜 측면을 제거하는 약”이라고 지적했다.

 1960년대 독일 등 유럽에서 1만여 명의 팔·다리가 짧은 기형아 발생 등 사상 최악의 약화(藥禍)사고를 일으킨 ‘탈리도마이드’도 TNF를 억제하는 약이다. 중국에서 탈리도마이드를 강직성 척추염과 나병 치료제로 시판 허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탈리도마이드의 악몽을 직접 겪은 독일에서도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류머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가 시판 허가됐다. 그러나 TNF를 억제하는 약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 나온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비세틀병원 자비에르 메리에트 박사팀은 최근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 처방되는 TNF 억제제가 흑색종 등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전문 학술지 『에이널스 오브 더 류머틱 디지스(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에 발표했다.

 TNF 억제제를 장복하면 결핵 등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TNF 억제제를 오래 복용한 뒤 레지오넬라·리스테리아 등 세균성 감염 질환에 걸린 사람이 100여 명 이상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FDA는 감염성 질환이 오래가거나 자주 재발하는 환자, 면역 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에게 TNF 억제제를 처방할 때는 득실을 면밀히 따지는 등 심사숙고할 것을 의사들에게 권고했다. 또 TNF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에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보고(FDA MedWatch)하도록 당부했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TNF를 억제하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약을 처방받은 환자 전원을 10년째 관찰,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지 추적·관찰하고 있다. 암 환자나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TNF 억제제의 계속 복용 여부를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어린이에게도 TNF 억제제를 처방할 수 있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 FDA는 TNF 억제제가 어린이에게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산부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경직성 척추염에 걸렸더라도 TNF 억제 약을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 기형아를 양산한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약이기 때문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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