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세계 6강이 된 부품산업의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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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지난 주말 얼마 전 개봉한 3D 영화 ‘삼총사’를 보았다. 3D는 2010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3D 기술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접목되면서 관객이 영화 속 일부가 돼 가상현실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3D 같은 새로운 형태의 표현방식은 2차원 영역에 머물러 왔던 세계 영화 100년사의 패러다임을 일순간에 뒤바꿔놓았다.

 어느새 우리 부품·소재산업은 세계 6강의 반열에 들면서 따라잡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돌입했다.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의 위치에서 3D 영화 기법과 같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강력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서는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부품·소재산업은 올해 26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할 전망이다. 수출이 10년 새 네 배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대일 수입의존도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부품·소재산업 10년의 빛나는 성장 이면엔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일부 첨단 부품·소재의 대부분은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중소 부품·소재 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개발 투자, 젊은 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로 인한 인력난 등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10년,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소재의 자립화를 통해 부품·소재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한다. 미래는 국가 간에 완제품과 모듈부품 제조능력이 동기화돼 결국 소재의 경쟁력에 산업의 경쟁력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둘째, 시장 경쟁구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융복합 기술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의 과감한 접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에 더해 인간 친화형 기술, 친환경 기술 등 이 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영역들을 부품·소재산업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부품·소재산업 육성 방식의 다양화와 전략적 타기팅이 필요하다. 미래는 내외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시대다. 부품·소재산업 육성에서도 기술개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해외 공동 기술개발(R&D) 등을 통해 외부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중견·대기업 간 건전한 공생관계 확립이 요구된다. 부품·소재산업 생태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역량에 따라 지원 방식을 세분화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부품·소재산업은 잘 달려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극적 추격전략(Fast Follower)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핵심 소재와 명품 부품을 개발해 세계 부품·소재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 10년 부품·소재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부상하는 소재·부품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의 전략을 담은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11월 1일 발표한다. 새로운 소재·부품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소재 강국, 부품 대국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각인되기를 기대해본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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