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못한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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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20, 30대의 불타오르는 욕망을 창업에 투입해 미래를 담보한 성공한 청년 부자들. 그들이 실패의 역사에서 겪은 극복 경험을 전파시키는 것이 청년실업 수백만 명인 이 시대에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500만원으로 100% 우리 농산물 김치사업에 뛰어든 대학 휴학 남학생은 ‘작은’ 한 장을 벌었다. 고등학교 때 쇼핑몰 모델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졸업 후 생산직 사원에서 단돈 100만원으로 남성 전용 쇼핑몰을 차려 대박을 낸 젊은이도 있다. 고교 때 백댄서를 하고 보석 원자재 수입에도 한때 나섰던 젊은이는 사진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시아 유망 벤처 표창도 받았다.

 하루에 한 명씩 미혼 남녀들을 건전하게 소개해 준다는 SNS서비스로 월매출 1억원을 넘긴 20대 여성도 있고, 도검과 가스총을 차고 여성 전용 경호벤처를 해서 직원을 수십 명 넘게 고용한 30대 여성도 있다. 박지성 선수의 진짜 동영상과 짝퉁 동영상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한 청년 사장은 해외에서 투자를 받았고, 우리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스스로 외국어 자막을 달게 만든 젊은 부부도 미국 벤처의 떠오르는 우상이 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창업 전후의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한때의 실패로 부모가 낙심하고 학교를 중퇴하고 동지가 배신하고, 자살 충동도 느꼈으나 결국은 극복했다. 실패에서 새로운 성공의 황금길을 찾아내는 것을 필자는 ‘실패 내부화(Failure Internalization)’라고 개념화한다. 실패 원인들의 유형을 분석해 자기통제로 소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푸르른’ 부자들에게 지금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보시라. 그들의 생생한 체험언어는 ‘살아 있는 부자학 교과서’다.

 떠나간 스티브 잡스에게도 실패의 역사는 부지기수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들의 실패의 기록들도 남아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미래 성공의 최고 선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이 무지개 부자가 될 수 있다.

 “될 것 같은 것이 안 돼 해외 도피 직전에까지 몰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연로한 부자나, “20년 경험과 7년 창업이 무너져 시력을 거의 상실했었던 적도 있다”는 중년 부자의 되새김은 이제는 그들에게 유쾌한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

 위의 사례들은 ‘부자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다’라는 개념 속에 녹아든다. 원하지 않았던 청년실업의 늪속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은 지금 시작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좋은 준비는 직접 해보는 것이다. 지금 해보고, 실패하면 왜 안 되었는지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실패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이 인생의 좋은 유람이 된다. 엄마에게 물어보고, 여친에게 문자하고, 나를 배신한 사람들에게도 거짓 안부전화를 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대해 타진해 보라.

실패의 이유를 내부와 외부로 구분해 파악해야 한다. 내부의 문제(돈, 사람, 기술)는 극복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내가 돈이 모자랐다’ ‘부모님이 너무 강하게 반대해 의기소침해졌다’ ‘내가 취업과 창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따위의 내부 문제는 자기통제력이 발휘되면서 극복이 가능해진다. 내가 돈이 모자라면 속옷을 사지 말고, 하루에 두 끼만 먹고 다이어트하면 암도 안 걸리고 돈도 쌓인다. 부모님이 반대하면 살짝 아주 조그마하게 해서 보여드리면 된다. 취업과 창업을 같이하겠다는 것은 도둑 심보다.

 그러나 외부의 문제(제도, 유행, 경쟁)는 다르다. ‘정부에서 건강 유해 판정을 내렸다’ ‘사람에게 나쁜 것을 팔면 안 된다’ ‘아주 좋은 제품인데 시대 흐름보다 너무나 빨랐다’ 따위가 빼어난 천재들이 부자가 못 되는 이유다. 시대보다 다섯 달만 빠르면 충분하다. 10년 빠르면 당신은 지옥행이다. ‘내가 몰랐었는데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럼 ‘내’가 매출이 100조원을 넘는 대기업과 한판 붙을 수 있는가.

 내부 요인에 의한 찰나적인 실패는 70% 이상이 성공한 것이고, 외부 요인에 의한 상황적 실패도 30%는 성공한 것이다. 내부 요인이면 바로 다시 진행하고, 외부 요인이면 숙고에 숙고가 필요하다. 외부 요인도 내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시간을 기다리고, 무한 후원자를 모집하고, 약간 떨어지는 제품으로 시장을 맛들이고, 새로운 개념 속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시장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은 대한민국의 20대면 학력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자가 못 되는 최대의 패인이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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