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짚신도 짝 있다는데 내짝은 대체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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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짝, 사랑
황상민 지음, 들녘
340쪽, 1만3000원

10만4465명. 숫자가 미혼 여성을 위로했다. 결혼할 나이의 대졸 미혼 남녀 중 여성이 남성보다 10만여 명 많다. 여자가 공부 많이 할수록 결혼하기 힘들다는 것. 6월 본지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청춘 사업 좀 열심히 해봐라”는 말을 지겹게 듣던 여성들은 안도했다. ‘그래, 숫자 때문이었어.’ 이 땅에서 결혼은 ‘좋아서 같이 사는 것’이 더 이상 아니다. 분석하고 대처할 문제다.

 공부는 열심히 하면 됐다. 시험에 나올 중요한 부분을 분석해 책상 앞에서 시간을 투자하면 괜찮았다. 취업에서도 ‘열심’은 어느 정도 통한다. 회사가 원하는 조건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인간이 되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짝 찾기’를 열심히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 ‘이건 좋은데 저건 싫고 그건 별로다’라는 방정식만 복잡해질 뿐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너 자신을 알라”고 결론 내린다. 분수를 알고 눈 낮추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짝 찾는 욕망을 세 유형으로 나눴다. 직접 조사하고 상담한 사례들을 토대로 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짝을 고르는 ‘맞춤형’. 이들의 욕망은 상대의 연봉·학벌 등으로 자신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은 ‘감성형’. 불 같은 사랑이 평생 지속되길 욕망한다. 마지막은 ‘패밀리형’. 결혼은 어디까지나 가족의 일이고, 짝을 찾아 부모님을 만족시키는 것이 과제다.

 당신은 어디 속하는가. 셋 중 하나를 고르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유형별 실패 사례를 읽기는 더 괴로울 것이다. 맞춤형 인간들은 조건이 전부가 아님을 늦게 깨닫는다. 감성형은 인간의 변하는 감정에 실망하고, 패밀리형은 가족이라는 구속이 지겨워진다.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과 그 급소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결혼 후 급격히 변하는 여러 상황에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거다. 짝 찾기는 지극히 심리적인 놀이었다. 그런데 지금껏 사회적 문제로만 여긴 데에 문제가 있었다. 충족될 수 있는 욕망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보는 ‘자기 마음 들여다 보기’가 짝 찾기의 출발이다.

 책의 마지막은 15쪽에 걸친 성격, 짝 찾기 유형 테스트다. 빼곡한 문항에 일일이 체크하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게까지 하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대학 입시엔 12년씩 투자하는 사람들이 결혼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 테스트 결과는 어떤 사람에겐 충격적이다. 평소 차가운 현실주의자라 스스로 믿었던 기자는 휴머니스트도, 로맨티스트도 아닌 ‘이상주의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짝’보다 ‘나’를 먼저 소개시켜주는 책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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