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영인] 포레스터 리서치 부사장 매리 모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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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산업의 동향과 전망을 분석할 때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곳이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다.

IT업계의 판도를 3~4년이나 앞서 예견한다고 해서 명성이 높다. 그런데 이 기관의 간판 경영인은 최고경영자인 조지 포레스터 칼러니가 아니라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매리 모달(39.여)이다.

그는 이미 3년전 대고객 전자상거래(B2C)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 2002년에는 시장 규모가 3천2백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업계는 이 어마어마한 추정치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선견지명에 탄복하고 있다. 수년전 타임워너와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합병도 예견한 바 있다.

타임워너가 AOL이나 야후를 사들이든지, 두 회사중 한 곳이 타임워너를 흡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달은 AOL에 이용객을 늘리려면 시간당 요금제를 폐지, 월별 요금제를 채택하라고 권유했고, 콘텐츠 판매라는 개념이 없었던 날씨 채널에는 관련 정보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팔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그의 경영 조언은 놀라울 정도의 효력을 발휘했다.

미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그를 '25인의 e-비즈 인물' 로 선정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모달은 보스턴은행을 거쳐 1988년 포레스터 리서치에 입사했다.

94년 뉴미디어 분야를 맡은 뒤 일찌감치 인터넷 상거래의 잠재력을 알아차리고 이 분야의 조사.분석 업무를 강화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채팅을 해보니 사람들을 상업적으로 연결해 주는 인터넷 기능이 조만간 큰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모달은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존슨 앤드 존슨 등 일반 업체들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만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다는 평가다.

모달은 일 속에 빠져 지내면서도 장거리 출장과 아침회의만은 마다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빼앗길 수 없으며, 두 아이의 등교 만큼은 직접 챙겨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사내에서는 이를 못마땅해 하기는커녕 "이같은 안정적인 생활 습관이 냉철한 분석을 가능케 한다" 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사내 위치가 탄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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