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농림지 없애면 공공택지 값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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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준농림지를 내년 7월부터 없애겠다는 ‘폭탄정책’을 발표하자 부동산가에 ‘지진’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준농림지 폐지 발표는 ‘장난’이 아니다. 수도권, 특히 용인·수지·죽전 일대의 준농림지 소유자들 중에는 수백억원대의 땅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 몇백평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가 소위 ‘논바닥 아파트’의 건설부지로 뭉칫돈을 만져보게 될 것으로 철통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꿈이 금고기 할아버지의 기와집처럼 하루 아침에 날아가 버리게 생겼다.
다급해진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땅 소유자들. 전국토의 26%에 달하는 준농림지는 그동안 부를 일궈 내는 부동산 투자의 금광이었다. 이 때문에 땅소유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시위를 하는 등 죽기살기로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물론 발표가 나자마자 준농림지 땅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가에서는 준농림지 땅값이 반토막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준농림지를 없애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준농림지는 대부분 농림지로 환원된다. 그렇게 되면 땅값은 별볼일 없게 된다. 준농림지 규제는 개인적인 건설(난개발)을 억제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도시 지역 안의 보전녹지, 자연녹지의 용적률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부동산가의 일부에서는 준농림지 폐지조치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고는 하나 완전실시는 2003년 이후에 하게 될 것임을 들어 이 기회에 미분양중인 공공용지를 몽땅 처분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즉 다음과 같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지금 토지공사의 미분양택지가 수조원어치에 달한다. 준농림지가 없어지면 토공이나 자자체가 분양하는 공공용지가 인기를 끌게 된다. 이것은 ‘풍선이론’대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까 인기가 올라가게 될 미분양 공공주택지를 처분하기가 쉬워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난개발로 망가지는 국토환경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새로 조성되는 공공용지를 살펴보자. 먼저 주택공사의 경우. 파주 금촌의 4만7천평을 비롯해 용인 구성(37만9천평), 용인 보라(29만9천평) 등을 포함, 3백35만2천평이 있다. 토공은 어떤가. 수도권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거나 지구지정을 준비중인 택지는 6백59만여평. 파주 교하의 62만4천평을 비롯해 남양주 진접(67만2천평), 용인 영신(58만5천평), 용인 보정(59만3천평) 등 총 3백24만6천평에 달한다. 이 택지는 개발계획 승인과 보상절차가 남아 있긴 하나 준농림지가 폐지되는 마당이라 시기만 미정이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자는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 마인드를 가져볼 만하다. 공공용지가 3년 동안에 소진되고 나면 3년 후엔 다시 도시계획 주변에 있는 농림지(지금의 준농림지) 땅값이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 볼 때 서울 같은 대도시의 녹지나 도시 외곽지역의 준농림지는 도시개발권에 포함, 개발될 것이기 때문. 따라서 취락지역의 야산, 도로사정이 좋은 전답은 여전히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준농림지가 없어지면 미분양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하는 모양이지만 현재 주택보급률이 90%가 넘는 실정에서 그 요인으로 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94년 이후 준농림지 아파트 건설 비율이 전체 공급물량의 18%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번 조치로 준농림지가 많은 용인·수지·파주·광주 등 수도권 일대의 준농림지 가격은 폭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준농림지 폐지는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전원주택지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까지는 이미 건설허가가 났거나 전원주택지로 승인이 난 경우는 ‘기득권’이 인정돼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준농림지는 끝날 것인가? 현재로선 정부는 밀고 나가겠다는 의도이지만 땅소유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과연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수많은 준농림지 소유자들의 이해관계를 깡그리 무시하고 밀어붙일 것인가. 일부에선 오히려 공공용지 개발을 통해 정부 차원의 ‘난개발’이 행해지고 있다며 대안으로 서울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문의 02-538-8284·srcon@chollian.net.

김양석 중앙부동산연구소 소장 / 이코노미스트 제540호 (2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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