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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20조 소통령’ 시험대 오른 박원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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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종료(오후 8시)를 앞두고 퇴근한 직장인들의 투표율이 높았다. 투표 인증샷도 이 시간대에 몰려 SNS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오후 7시10분 압구정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운동가에서 행정가로의 변신. 서울시장 박원순의 첫 번째 과제다. 그는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첫 시민운동가 출신, 첫 무소속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오세훈 전 시장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시장의 독선과 불통으로 시정에 시민이 없었고, 욕심과 겉치레로 재정에는 부담만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박원순의 서울시는 시장의 권한을 줄이고, 토목사업 등 하드웨어보다는 복지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을 우선으로 삼는다.

 최우선순위는 서민 복지다. 잠자리 해결을 위해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서울시 기존 계획은 6만 호였다. 이 밖에 그는 시유지를 활용한 주택협동조합형 주택, 대학 주변 재정비지구를 활용한 공공 원룸텔도 공급할 계획이다. 무상급식도 2014년까지 전체 중학생으로 확대된다. 지금은 초등학교 1~3학년은 서울 전역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고, 4학년은 21개구에서 무상급식 중이다. 박 시장은 단계적으로 5~6학년과 중학생에 대해서도 전면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에도 나선다. 2013년부터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내년부터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한다.

 한나라당 시장 10년과의 단절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구체화된다. 서해뱃길 사업과 한강예술섬 사업 등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중단된다.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양화대교에 대해선 애초 “현 상태에서 중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선거운동 기간 중 정책본부장을 통해 “완공이 불가피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소통 부재는 주민참여 예산제, 시민옴부즈맨제도 등을 통해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희망제작소 등 시민운동을 통해 펼쳐온 ‘박원순표’ 사업도 본격적으로 서울시 사업이 된다. 마을공동체 복원 종합계획이 대표적이다. 마을 경제 활성화는 마을기업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은 주민 주도형 재개발 사업인 두꺼비 하우징을 통해 하는 식이다. 공동체 돌봄센터, 착한 소비지원센터 등 새로운 시도가 줄줄이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박 시장이 그리는 서울시의 모습이다. 시민운동가 시절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 뱅크’라고 불린 그여서 새 시정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박 시장의 의욕이 자칫 시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몸으로 선거를 치르긴 했지만 세부 사안에선 꽤 큰 입장차를 가지고 있는 범여권의 요구를 조율해내는 것도 숙제다.

 무엇보다 성공한 시민운동가와 유능한 행정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려대 함성득(행정학) 교수는 “박 시장은 이제 비판가가 아닌 행정가가 돼야 한다”며 “공약의 성패는 얼마나 이른 시간 안에 공무원들의 협조와 지지를 얻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명재(행정학) 교수는 “변화만 가지고서는 시정을 이끌 수 없다”며 “기존 정책 중에서 살릴 것은 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기대에 실질적인 성과로 답해야 하는데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남은 임기(2년8개월)가 짧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미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인 임대주택 8만 호 공급과 부채 7조원 감축을 실현 가능성이 작은 공약으로 지목했다. 박 시장은 27일부터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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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서울시 시장(제35대)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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