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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다음 카드는 야권 통합? … 이도저도 못하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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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한강로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미소 짓고 있다. [김도훈 기자]

“야, 이겼다!”

 2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희망캠프. 상황실에 설치된 TV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알리자 장내는 환호로 떠나갈 듯했다.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예고한 결과였다. 야권 관계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도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손을 굳게 맞잡고 승리의 감격을 나눴다. 곳곳에서 “박원순”을 연호했다. 10여 분 넘게 환호가 이어졌다.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상황실. 역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길지 않았다. 누군가를 연호하는 소리도 없었다. 김진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구성하는 인사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민주당이 지금 웃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내일부터 닥칠 일을 생각하면….” 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런 장면이 연출된 건 앞으로 야권에 ‘통합의 소용돌이’가 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통합으로 간다”는 총론엔 야권의 누구나 동의한다. 한나라당과의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승리한 만큼 통합의 주도권은 시민사회 진영이 쥘 걸로 예상된다. 민주당 외곽의 친노무현 그룹과 시민사회 인사들의 연합체인 ‘혁신과 통합’은 “대통합을 하자”고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다. “민주당의 12월 전당대회를 ‘신설합당’을 결의하는 통합 전대로 치르자”는 요구를 할 걸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나갈 ‘선수’들의 예비후보 등록일이 오는 12월 14일인 만큼 이때까지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선거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들 대통합 세력의 논리다.

 민주당은 머리가 아프다. 이젠 ‘민주당 간판’이 아니어도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제1야당의 위상이 떨어진 것이다. 향후 통합 협상이 전개될 때 민주당은 큰소리치기 어렵게 됐다. 박 후보가 “통합 정당을 창당하기 전까지 입당할 수 없다”고 하면 민주당의 처지는 더욱 딱하게 된다.

 야권이 세력을 키우려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영입해야 한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대결해 이긴 셈이 됐다. 대선 경쟁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런 안 원장이 통합 정당에 들어가 정치권 전면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미국학) 교수는 “대중의 시선이 안 원장에게 쏠려 있는 만큼 안 원장이 야권 통합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무턱대고 통합 정당에 참여할 거라고 보긴 어렵다. 정치판에 들어가 한나라당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견뎌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 총선 결과를 본 뒤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안철수 신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 민심을 ‘대안정당을 만들라’는 걸로 읽는다면 안철수 그룹은 제3정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거란 얘기다. 김민전 경희대(정치외교) 교수는 “안 원장이 대선주자의 위상을 굳힌 만큼 신당 창당을 할지, ‘범야권 기반의 무소속 후보’라는 ‘박원순 모델’을 따를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양원보·류정화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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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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