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유해물질 석면 검출된 감람석 운동장 3곳 폐쇄 두 달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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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이 검출된 천안·아산 지역 감람석 운동장 3곳이 9월 8일부터 현재까지 폐쇄돼 있다. 아산 음봉중 학생들이 화단 앞 보도블록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 쌍용중, 아산 음봉중·설화중 수업 지장

‘운동장 폐쇄 안내! 감람석 운동장에 대한 석면함유 의혹이 제기되었기에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운동장 사용 및 접근을 금지하오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안 쌍용중 운동장에 세워진 안내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8개 학교의 감람석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쌍용중과 아산 음봉중·설화중이 포함됐다. 교과부는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내놓은 ‘감람석 운동장 석면 검출 수치’에 따라 전국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었다.

쌍용중·음봉중·설화중은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석면 검출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달 8일부터 감람석을 깐 운동장에 부직포를 덮고 학생과 주민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운동장 폐쇄로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도심에 있는 쌍용중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42개 학급에 1457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생 수로는 충남 지역 중학교 중 가장 많다.

20일 오전 쌍용중 3교시 체육수업 시간. 학생들이 운동장 옆 농구장에서 체육활동을 했다. 농구장이 좁아 일부 학생은 체육관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도 공간이 모자라 학교 옆 놀이터로 옮겨 체육활동을 한 학생들도 있다. 매시간 평균 3개 반 110여 명의 학생이 체육수업을 한다. .

체육교사들은 “축구·농구·배드민턴·멀리뛰기를 비롯해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 놀이터까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40여 일 동안 운동장에 비닐만 덮어 놓고 아무런 얘기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음봉중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했다. 장소는 운동장이 아닌 학교 앞 화단. 김민호(가명·2년)군은 “감람석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부상 위험이 적고 먼지도 안 나 좋았다”며 “다른 학교 아이들도 우리 학교 운동장을 부러워했는데 사용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건강 관리를 해 온 주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설화중에서 매일 저녁 조깅을 하던 주부 이경화(아산시 배방읍·48)씨는 “운동장에 안 가는 건 물론이고 이젠 학교 근처를 지나갈 때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쌍용중의 경우 인근 아파트 주민 40~60명이 매일 저녁 운동장을 찾았지만 요즘엔 일부 주민만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이용하고 있다.

언제 감람석 걷어내나 … 속 타는 학교

쌍용중은 지난해 12월 감람석 운동장을 완공했다. 충남도 1억원, 천안시 1억4000만원, 충남교육청 6000만원, 학교 2000만원을 합쳐 총 3억2000만원이 사업비로 들어갔다. 감람석은 15t 트럭 15대 분량이 쓰였다.

같은 기간 아산 음봉중도 6억여 원을 들여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인조잔디 대신 감람석 운동장을 조성했다. 올해 신설된 설화중은 5억여 원을 투입해 개교와 동시에 운동장을 감람석으로 만들었다. 이들 학교는 무석면·무화학 제품으로 항균성이 탁월하다며 자연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개장한 지 1년도 안 돼 석면이 검출되자 충격에 빠졌다. 3개 학교는 운동장을 개방하기 전 시료를 채취, 검사를 의뢰했는데 모두 석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화중은 교과부를 통해 공인 연구원(KTR)에 의뢰, 석면 같은 유해물질이 없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쌍용중과 음봉중은 자체적으로 검사를 의뢰, 안전성을 확인했다.

감람석을 하루 빨리 걷어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람석을 납품·시공한 업체가 폐업하는 바람에 속을 태우는 학교도 있다. 충남교육청은 일단 예비비를 들여 다음 달 말까지 3개 운동장을 마사토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각 학교가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음봉중과 설화중은 업체에 감람석 폐기와 재시공과 관련한 공문과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업체가 학교당 3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할지는 미지수다.

쌍용중에 납품·시공한 업체는 폐업신고를 했다고 학교 측이 밝혔다. 쌍용중 관계자는 “경찰서에 업체 대표의 소재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교직원들이 업체가 있는 경남 김해로 갈 예정”이라며 “감람석을 걷어내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형사·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강태우·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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