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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체포 직후 피살된 차우셰스쿠 운명 따라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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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이자 최후 거점인 시르테를 함락한 시민군들이 20일(현지시간) 카다피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탱크에 올라타 환호하고 있다. [시르테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최장기 집권(42년)을 기록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종말을 맞으면서 역대 독재자들의 최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일성(이하 집권기간·1948~94)처럼 권좌에서 최후를 맞은 경우도 있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는 대부분 처형과 투옥·망명 등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상당수는 처형됐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1925~43)는 특히 끔찍했다. 그는 45년 4월 애인과 스위스로 탈출하려다 빨치산에 붙잡혔다. 즉석재판을 받고 총살당한 둘의 시신은 밀라노에 보내져 시민들에게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밟혔다. 그 뒤 주유소 지붕에 거꾸로 매달렸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모방했던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65~89)는 89년 민주화 시위로 밀려난 뒤 군인들에게 체포돼 즉석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부부가 함께 160여 발의 총탄을 맞고 생을 마감했다. 사담 후세인(1979~2003)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하자 도주해 토굴에 숨어 지냈다. 그해 12월 체포된 그는 재판 끝에 사형을 선고받고 2006년 12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933~45)는 처형 대신 자살을 택했다. 45년 4월 29일 소련군 진군 소식을 지하벙커에서 들은 뒤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독재자 일부는 죄수로 전락했다. 파나마 군부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1983~89)는 89년 파나마를 침공한 미군에 체포돼 마약 밀매, 돈세탁 등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에서 복역하다 지난해엔 다시 프랑스로 옮겨져 돈세탁 혐의로 7년형을 또 선고받았다. 쿠데타로 집권해 3000여 명의 반정부 인사를 학살한 ‘피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칠레·1973~90)는 98년 요양 중이던 영국 런던에서 외국인 납치 혐의로 체포됐다. 2000년 건강상 이유로 칠레로 돌아왔지만 가택연금 된 채 재판을 기다리다 2006년 사망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을 배후 조종한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89~2000) 전 세르비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민중봉기로 물러난 뒤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다 2006년 옥사했다. 올 2월 민중항쟁에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1981~2011) 전 이집트 대통령은 병상에 누운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망명한 독재자도 많다. 에리히 호네커(1971~89) 옛 동독공산당 서기장은 칠레로 망명해 94년 쓸쓸히 숨졌다. 21년 장기집권하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65~86) 전 필리핀 대통령은 86년 민중항쟁으로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우간다 독재자 이디 아민(1971~79)은 권좌에서 밀려나 리비아·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를 전전하다 숨졌다. 올 1월 재스민 혁명으로 물러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1987~2011) 전 튀니지 대통령은 사우디로 야반도주했다.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1922~53) 서기장과 옛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티토(1945~80) 대통령,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1939~75) 총통은 사후 격하운동에 시달렸다. 독재자의 말로는 한결같이 비참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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