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명 솥단지 집회 … 박근혜·손학규·나경원·박원순 우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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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와 여야 정치인들이 18일 오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행사장을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와 나경원 후보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형수·최승식 기자]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들과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18일 같은 곳으로 몰려갔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범외식인(外食人) 10만인 결의대회’(참가자 경찰 추산 5만여 명, 주최 측 추산 7만5000명)가 그곳이다. 음식점 주인들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1.5%)으로 낮춰 달라”며 궐기하자 가까이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멀리는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표 얻기 경쟁을 벌인 것이다. 요식업계는 7년 전인 2004년 “장사가 안 된다. 세제 혜택을 달라”고 외치며 솥단지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친 적이 있다.

 먼저 움직인 쪽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였다. 두 사람은 오전 11시 한국음식업중앙회 전국 지회장 30여 명과 간담회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원재료 값과 임대료가 많이 오른 걸로 아는데 얼마나 힘드냐”라며 “오죽하면 결의대회까지 하게 됐는지, 이 문제(카드 수수료)는 더 이상 이대로 갈 수 없다. 한계점에 달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저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은 뒤 “카드 수수료 인하뿐 아니라 의제매입 공제(음식업자가 구입하는 농산물 구입가액 중 일정 비율을 매입세액으로 인정해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제도)도 이야기하셨는데 (공제제도의) 일몰·연장을 반복할 게 아니라 법제화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외국인 고용 문제와 과세 기준 문제도 잘 검토해 좋은 방법이 있는지 연구하겠다”고 했다.

 나 후보도 “서울 시민들의 직업 분포 중 자영업자가 가장 많고, 특히 요식업 종사자들이 상당하다”며 “자영업자가 부자가 돼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 외에도 쓰레기 수거나 주차 문제 등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간담회를 마친 뒤 운동장 관중석을 메운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 후보와 박 전 대표가 떠난 20분 뒤 이곳을 찾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운데)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관중석에서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형수·최승식 기자]

 범야권 인사들도 적극적이었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함께 행사장에 도착해 구석구석을 돌며 공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동행했다. 이들은 대회장을 찾은 업주들 앞에서 함께 손을 잡고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손 대표는 격려사에서 “‘뿔나서 왔다’ ‘같이 좀 먹고살자’는 팻말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백화점이나 소상공인이나 똑같이 카드 수수료로 1.5%만 내게끔 민주당이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단 1%라도 좋으니 카드 수수료 좀 내려 달라’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시장이 되면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다.

 10·26 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한 문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을 상기시키며 “이번 선거는 ‘사적 탐욕’ 대 ‘공공선’의 대결”이라며 “ (내가 책임진) 부산 동구청장 선거도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와 관련해 “ 안 원장은 지지를 해준 것만도 고맙다”며 “지원 요청을 하는 건 염치가 없다”고 말했다.

글=백일현·양원보 기자
사진=김형수·최승식 기자

◆솥단지 집회=2004년 11월 서울 여의도에 전국 음식점 주인 3만 명이 솥단지와 솥뚜껑을 들고 나와 먹고살기 힘들다며 농성을 벌였다. 이때부터 서민 음식점 주인들의 시위에 ‘솥단지 집회’란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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