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플러스, 플랫폼 없인 미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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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스티브 예이그

“구글 플러스가 안 되는 이유? 최고경영진들이 플랫폼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구글의 유명 엔지니어가 자신의 회사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내 화제다. 정보기술(IT)계의 파워 블로거이자 구글 개발자인 스티브 예이그(Steve Yegge)는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구글플러스는 플랫폼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채 페이스북이 성공하자 깜짝 놀라 ‘조건반사’처럼 내놓은 졸작”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구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글플러스(가입자 4000만)는 페이스북(가입자 8억)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랫폼이란 말 그대로 ‘기반’이자 생태계다. 플랫폼의 선두주자는 역시 애플이다. 아이폰 사용자가 아이클라우드에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아이튠스로 음악을 들으며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며 모든 것이 ‘애플 안에서’ 이뤄진다.

 아마존 가입자 역시 아마존 스토어에서 전자책을 구입해 이 회사가 내놓은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로 이를 보는 것과 같이 대부분을 ‘아마존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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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그는 구글을 비판하며 아마존의 사례를 들었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는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자사의 서비스를 반드시 사용하거나 꼼꼼히 분석하라고 명령하며 “이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열망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자체 웹 결재 시스템인 ‘크레딧’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확장 적용했다. 애플에 수수료 30%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자체 장터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에도 음악 SNS 서비스 ‘핑’을 연동하자는 애플의 청을 거절했다. 그리고는 유럽 최대 음악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제휴해 지난달 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가입자에게 소셜게임을 서비스해 급성장한 징가 역시 최근 플랫폼 독립을 선언했다. 징가는 2007년 설립 후 페이스북 기반으로 성장해 올 상반기 5억2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소셜게임 1위 업체다. 그런 징가가 지난 11일 독자 게임 플랫폼인 ‘프로젝트Z’를 발표하며 ‘탈페이스북’을 선언했다. 마크 핀커스 CEO는 “사용자들과 직접 관계를 맺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나섰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톡은 아예 “이제 서비스 업체가 아닌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2일 이제범 대표가 새 서비스 ‘플러스친구’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카카오톡은 최근 휴대전화 소액 결제 수수료 문제로 애플과 신경전을 벌인 이유로 ‘플랫폼 독립 염원’이 강력하다.

플러스친구는 이용자가 연예인이나 기업을 친구로 등록해 쿠폰이나 할인 정보를 받아보는 서비스로, 출시 6일 만에 690만 명의 가입자가 21개 업체와 친구를 맺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은 핵심사업인 ‘T스토어’를 KT와 LG유플러스에도 개방하는 카드를 꺼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T스토어를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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