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보다 더 편하게 … 렌터카 ‘2조 시장’ 레이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연간 2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렌터카 시장에 불이 붙었다. 업체별로 대거 차량을 늘리고, 서비스를 차별화하며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KRCA)에 등록된 렌터카 대수는 지난해 상반기(6월 말 기준) 24만1969대에서 올 상반기 27만2231대로 늘어났다. 1년 만에 렌터카가 3만여 대나 늘어난 것이다.

 김용길 KRCA 상무는 “국내 렌터카 시장도 대형 회사들이 증차 경쟁과 동시에 고객에게 다양한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연평균 15% 가까이 성장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의 불은 업계 1위 KT금호렌터카가 붙였다. 지난해 KT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면서다.

지난해 하반기 KT는 KT렌탈의 렌터카 사업부문과 금호렌터카를 통합해 KT금호렌터카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등록 차량 대수는 지난해 상반기 5만580대에서 올 상반기 5만9967대로 1만 대 가까이 불어났다. KT금호렌터카는 KT 계열사로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무선 인터넷 서비스다.

올 4월 렌터카에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 전환 장치인 ‘에그(Egg)’를 장착해 고객이 달리는 차에서도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KT금호렌터카 관계자는 “고객이 와이파이 존을 찾기 위해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어 인기가 높다”며 “지난 여름휴가 기간 동안 반응이 좋아 사전 예약을 하면 올 연말까지 무료로 에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2위 AJ렌터카도 맞불을 놨다. 올 3월 아주AVIS렌터카에서 이름을 바꾸며 KT금호렌터카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3만6116대에서 올 상반기 3만8835대로 증차했다. AJ렌터카는 증차 못지않게 친환경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 6월부터 업계 처음으로 모든 차량을 금연 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에서 재떨이를 없애고, 내부에 방향제를 설치했다. 8월부터는 고속도로 요금 등을 자동으로 정산하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일부 차량에 장착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요금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연간 대당 약 8.8㎏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다. AJ렌터카 관계자는 “금연·하이패스 차량 운영과 같은 친환경 고객 서비스를 더욱 늘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증차 경쟁에서 업계 3위 현대캐피탈이 돋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1만9880대에서 올 상반기 2만6231대로 6000대 이상을 늘렸다. 그동안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와 리스를 주력으로 하던 현대캐피탈은 올 초부터 직장인 전용 렌터카 상품을 내놓고 대규모 증차에 나섰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 시장은 이미 성숙기 시장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렌터카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업계 7위에서 올 상반기 4위로 뛰어오른 SK네트웍스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해 상반기 6258대에서 올 상반기 1만421대로 증차했다. 2009년 ‘스피드메이트 렌터카’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2년 만에 차량을 1만 대 이상으로 늘렸다. 자체 차량 종합관리 시스템인 TCMS를 통해 렌터카 이용뿐만 아니라 주유, 운행 관리, 정비, 사고 처리 등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강병철 기자

◆렌터카(Rent a Car)=카렌털(Car Rental)로도 불린다. 관광지에서 단기간 빌리는 단기 렌터카와 법인 등이 연간 단위로 빌리는 장기 렌터카로 나뉘어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장기와 단기의 비중을 7대3 정도로 운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