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얼굴 (4)]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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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출신의 선수로 유럽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선수는 야신 단 한명이다. '검은 문어', '거미'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1929년 10월 22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한 때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한 그는 1953년 23살에 모스크바 다이나모팀 골키퍼로 처음 데뷔했다. 데뷔와 함께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그는 1년뒤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다.

이후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소련이 금메달을 획득할 때, 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할 때, 1960년 유럽 챔피언컵에서 소련이 우승할 때 모두 그는 골문을 지켰다.

신장 188cm인 그가 뛰어난 골키퍼로 인정받는 이유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골을 막는 실력때문이다. 1963년 영국의 스토크 빅토리아 경기장에서 열린 FA탄생 100주년 기념 및 매튜스 은퇴 기념 경기에 '세계 베스트 11'으로 참가하여 경기하던 중 지미 그리브의 슛을 다이빙하여 막아낸 장면은 역사상 가장 멋진 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다.

야신은 생애동안 58, 62, 66년 월드컵에 출전했고 66년 월드컵 때는 소련을 4위에 오르게 했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 150여개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는데, 그가 허용한 골은 66년 3, 4위전에서 에우제비오가 찬 슛 등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평론가는 프랑스의 유명한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를 두고 '피아프 이전에 피아프 없고 피아프 이후에 피아프 없다'라는 말로 그녀를 칭송했는데 이 말을 그대로 축구에 가져온다면 아마도 이 말은 야신을 위한 말이 될 것이다.

생전에 그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서 단 한순간도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 준적이 없었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수많은 후배 골키퍼들의 흠모를 받고 있으며(오죽하면 지금까지도 후배 골키퍼들이 그를 모방해 검은 유니폼들을 즐겨입을 정도로) 축구계 최고의 축제인 월드컵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이 또한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니 가히 '야신 이전에 야신 없고 야신 이후에 야신 없다'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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