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00원~” 목청 높인 초등생 … 기부정신 몸으로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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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 야외주차장에서 열린 2011 위아자 나눔장터 부산행사에서 사직초교 3학년생들이 “골라잡아 500원”을 외치며 물건을 팔고 있다. [송봉근 기자]

16일 위아자 나눔장터가 열린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야외주차장. 오전 10시 장터가 열리기 전부터 물건을 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장터 둘레에는 26개 기업·단체의 판매부스가 자리 잡고, 중간에는 돗자리를 펴고 앉은 202개 가족·개인 장터가 차지해 많은 사람이 흥정을 하며 물건을 사고 파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장터 앞쪽 무대에서는 공연과 경매가 이어졌다.

16일 부산장터를 찾은 주요 인사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물건을 팔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환·최상수 아름다운가게 부산울산 공동대표, 전영기 중앙일보 편집국장, 허남식 부산시장, 조태현 신세계 센텀시티 점장.

 해운대교육지원청 3기 학부모 봉사단의 부스에는 학생·학부모가 내놓은 학용품과 도서, 옷가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곳은 많은 시민이 몰려 물품을 고르고 값을 흥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품을 팔던 학부모 엄정애(42·여)씨는 “좋은 물건이 많아 다른 학부모에게도 물건을 사가라고 알렸다”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남을 도울 수 있어 뜻 깊은 행사 같다”고 말했다.

 김명화(47·여·금정구 부곡동)씨는 지난해 열린 위아자 부산장터에 물품을 사러왔다가 올해는 개인 장터를 열었다. 김씨는 “남편·딸 등 가족이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모아두었다가 이번에 가지고 나왔다”며 “재활용품을 팔아 기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 옆에서 학용품과 신발 등을 내놓은 동래구 사직초등교 3학년 2반 5명의 여학생은 “골라~ 골라~ 단돈 500원”이라고 외치는 등 제범 ‘장사꾼이’흉내를 내며 물건을 팔기도 했다. 학부모 김민지(37·여)씨는 “아이들이 자신이 사용하던 학용품과 신발 등을 팔면서 돈의 소중함을 느끼고 어렵게 번 돈으로 이웃을 돕는 기부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사용하던 크리스털 와인잔과 접시·꽃병 등을 판 파라다이스호텔 판매점은 더욱 인기를 끌었다. ·호텔 측은 주문이 쇄도하자 1인당 4점 이상 사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준비한 물품은 금세 팔려나갔다.

 오후 2시 장터가 마무리되자 시민들은 양손 가득 물품을 손에 들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송유신(40·여)씨는 “평소 사고 싶던 물건이 몇 백원, 몇 천원밖에 하지 않아 마음껏 쇼핑을 즐겼다”며 “내년에는 개인가게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터 수익금은 총 1270만원으로 집계됐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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