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고섬이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중국고섬은 외부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고섬이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중국고섬은 외부감사인인 언스트앤영이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제출한 2010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 입장을 밝혔다고 14일 공시했다. 국내에서 감사 의견 거절은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여부는 국내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제출 시한은 24일이다.

 중국고섬이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거래정지로 6개월간 발이 묶였던 투자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 중국고섬이 국내에서 유치한 자금은 2000여억원 수준이다. 553명의 주주는 지난달 주간사인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한영회계법인을 상대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면서 세계화에 나서며 외국 기업의 상장을 추진했던 거래소와 상장을 맡았던 증권사, 회계감사 등을 담당했던 회계법인 등도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폴리에스테르 섬유 생산업체인 중국고섬은 1월 2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원주는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국내에는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2차 상장됐다. 상장 당시에도 국내 공모가(7000원)가 다소 높아 청약은 미달됐다.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의 주가에 연동됐기 때문이다. 남은 물량의 일부는 공모 주간사가 떠안았다.

 상장 뒤에도 약세였던 주가는 지난 3월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곤두박질쳤다. 회계감사인인 언스트앤영이 중국고섬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3월 2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예탁증서의 거래도 중지됐다.

 이후 6개월여의 거래정지 기간 중 중국고섬은 네 번이나 사업보고서 제출을 미루며 투자자의 속을 태웠다. 싱가포르 상업등록국(ACRA)이 정기주총 시한을 31일로 최종 연장하는 최후통첩을 보내고서야 주총 일정을 잡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싱가포르거래소가 지정한 특별감사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재검토한 중국고섬의 은행 잔액은 당초 중국고섬이 밝힌 10억6100만 위안에서 9300만 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영회계법인이 언스트앤영과 같은 ‘의견 거절’의 감사보고서를 내놓고 중국고섬이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투자자는 정리매매 기간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상장이 유지되면 보유한 DR을 원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다. 상장 주간사였던 대우증권은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DR을 원주로 전환하고 거래할 수 있는 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필요한 민·형사상의 조치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