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벤처 영역 넘본다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정보보안 분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4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금껏 대기업들은 자사계열의 벤처 캐피털이나 사내 투자팀 등을 통해 기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주력하면서 벤처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스닥시장의 침체 등으로 벤처기업들이 자금난 악화, 인력이탈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기업들이 회사를 직접 설립, 벤처들이 주도해 왔던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벤처기업인들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분야로 정보보안시장을 꼽는다.
인터넷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해커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정보보안시장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사이버 금융의 급성장에 따라 앞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큐어소프트, 인젠, 펜타시큐리티 등 벤처기업들이 주도해 왔던 정보보안시장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삼성은 삼성SDS, 에스원 등의 인력을 모아 ''시큐아이닷컴''을 설립했으며 LG전자도 지난 4월 보안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또 제일제당 계열의 CJ드림소프트은 보안전문회사 ''STG시큐리티''를 지난달 세웠으며 ㈜SKC, 신세계 등도 보안사업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보안시장과 함께 대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분야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시장. 올해 전세계적으로 5천억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DVR시장의경우 성진씨앤씨, 쓰리알, 창흥통신 등 일부 벤처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포항제철 계열의 포스데이타 등이 DVR시장에 진출, 영업망 확충과 신제품 출시를 서둘러 벤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밖에 대기업들은 인터넷서점, 사이버교육, 금융정보서비스 등 벤처들이 주도해 왔던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이들 분야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벤처기업인들은 자유경쟁의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벤처산업이 자칫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보보안분야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저가 경쟁이나 인력 스카우트 경쟁을 일으킨다면 벤처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 등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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