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한·미 FTA법안 통과 ... 정·재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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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자동차 업계도 이행법안의 미 의회 통과를 환영했다. 울산광역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출고된 에쿠스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

13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의회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공은 우리나라에 넘어왔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에 대해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면서 국회의 조속한 비준안 처리를 당부했다. 한·미 FTA 교섭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김 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과정이나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전망해 보면 미국이 당분간 (한국과 같이) 제대로 된 산업국과 FTA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 이제까지 FTA를 발효시킨 나라는 이스라엘, 북미자유협정(NAFTA), 칠레, 싱가포르 등에 불과하다. 김 본부장은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토론도 많이 했고 의견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FTA 법안 처리에 찬사를 보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초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급강하하고 의회 내에서 의견차가 워낙 심해 FTA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앞장서 설득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자꾸 곁가지를 갖고 논란거리를 만들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과 정부가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미국의 리더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우리 국회 비준 절차는 야당의 반대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FTA 이행법안을 처리함에 따라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재재협상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앞으로는 정치권도 FTA 피해 대책을 보완하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미 FTA 비준안이 여야의 힘겨루기로 이달 말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 FTA 발효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이달 내에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4개 부수법이 언제 통과될지 기약할 수 없다”면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산업계도 우리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42개 경제단체 및 관계기관으로 결성된 FTA민간대책위원회(민대위)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시장에 또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제도의 투명성 개선과 선진화를 통해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의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0여 년간 절반으로 줄어 FTA 발효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자동차 업계도 환영했다. 일단 2.5%의 미국 측 관세가 2015년까지 존속해 당장은 급격한 수출 및 판매 증대 효과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2016년부터 미국 수입 관세가 없어져 대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용태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부장은 “우리의 10배 규모인 1500만 대의 미국 자동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경쟁국보다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됐다”며 “특히 자동차 부품은 발효 즉시 관세(최대 4%)가 사라져 국내 5000여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강병철·임미진 기자 < bonger@joongang.co.kr >

◆FTA민간대책위원회=2006년 우리나라의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업계 의견 수렴, 대정부 건의, 협상 지원, 홍보 등 FTA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책 기구로 출범했다. 경제 4단체(무역협회·전경련·대한상의·중기중앙회)와 은행연합회 등 업종별 단체, 연구기관 등 42개 단체·기관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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