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국왕, 평민과 ‘히말라야 로열웨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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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부탄 수도 팀부에서 한 시민이 건물 외벽에 왕추크 국왕 부부의 대형 사진을 걸고 있다. 13일 국왕의 결혼식을 앞두고 부탄 전역에서 축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팀부 AP=연합뉴스]


세계에서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남아시아 불교국가 부탄에서 13일(현지시간) 동화 같은 왕족 결혼식이 열린다. ‘매력적인 히말라야 왕’이라 불리는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31) 부탄 국왕이 70만 국민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08년 왕위에 오른 왕추크는 세계 최연소 국왕이다.

 그의 결혼이 화제가 된 것은 평민 여성을 왕비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왕의 결혼 상대는 10세 연하의 제선 페마(21)로 대학 입학을 준비하며 영국에서 유학 중이다. 수려한 외모의 국왕과 기품 있는 서민 여성 간의 결혼이라는 점에서 외신들은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에 빗대 ‘아시아판 세기의 결혼’이라 보도하고 있다.

 왕추크 왕은 배우자에 대해 “어리지만 따뜻하며 마음 착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가 4명의 부인을 둔 아버지(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전 국왕)와 달리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점도 이번 결혼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3일 옛 수도 푸나카의 요새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국왕 부부는 15일 수도 팀부의 종합경기장에서 국민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성대하게 치러진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과 다르게 왕추크 왕은 결혼식을 간소하게 준비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외국 정상이나 왕실 사람들을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장관들조차 결혼식에 부인을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평소 왕궁 대신 수도 팀부의 작은 집에서 사는 등 서민적이고 검소한 국왕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의 결혼을 축하하는 부탄 국민의 열기는 뜨겁다. 국민 수천 명의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모아 붙여 국왕 부부의 포스터를 만드는가 하면 국왕의 결혼을 축하하는 시나 글을 문집으로 만드는 학교들도 있다. 결혼식이 치러지는 3일 내내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축제가 열린다.

 왕추크 국왕이 인기가 높은 것은 서민적 취향에다 개혁성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왕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학·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28세 때 제5대 왕위를 이어받았다. 그의 부친인 전 국왕은 성문헌법 제정 등 입헌군주국의 기틀을 마련한 뒤 2006년 왕위에서 물러났다. 왕위를 이어받은 왕추크 국왕은 2008년 의회 선거를 치러 부탄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만들었다. 아버지로부터 ‘국민총행복(GNH·국가와 사회 발전에서 개인의 행복감을 중시하는 개념)’ 정책을 이어받고 국민과의 대화의 기회도 늘렸다. 그는 시내에서 산악자전거(MTB)를 즐겨 타며 농구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목 기자

◆부탄=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 산악국가로 한반도 5분의 1 면적이다. 평균 고도는 해발 2200m.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달러 미만이지만 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14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병원비·교육비가 무료이며 국비유학제도도 있다. 1999년부터 TV가 보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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