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그래도 무서운 전창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전창진

2011~2012 프로농구가 13일 KCC와 SK의 개막전으로 6개월 대장정을 시작한다. 외국인 선수는 팀당 한 명으로 줄었고 오세근(24·인삼공사)·김선형(23·SK)·최진수(22·오리온스)·함누리(23·전자랜드) 등 뛰어난 신인 선수가 한꺼번에 등장해 코트에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우승 후보로는 하승진(26·2m21㎝)이 속한 KCC와 김주성(2m5㎝)·윤호영(1m97㎝)이 버티는 동부, 그리고 오세근(24·2m)·김태술(27·1m80㎝)·양희종(27·1m95㎝) 등 국가대표급 영건들로 세대교체한 KGC인삼공사가 꼽힌다.

 하지만 이들이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려면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지난 두 시즌 연속 프로농구 감독상을 받은 KT의 전창진(48·) 감독이다. 10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 뒤 만난 전 감독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탈출 방법은 딱 하나. 플레이오프 우승”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꼴찌 팀 KTF(KT의 전신)를 부임 첫해인 2009~2010 시즌 2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역대 최다승(41승)을 올리며 우승했다. 하지만 KT는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우승에는 실패했다. 전 감독은 “KT에 올 때 목표가 3년 내 플레이오프 우승이었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이 ‘벼랑 끝’을 들먹이며 위기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훌륭한 성적을 거뒀지만 목표로 삼은 우승은 하지 못했다. 프로농구계에서 유재학(48·모비스) 감독과 함께 ‘전성기를 맞은 명감독’으로 꼽히지만 우승 없이 명성을 유지할 수는 없다.

 지난 2년 동안 구단의 지원이 전례 없을 정도로 화끈했던 점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더욱 큰지도 모른다. KT는 지난해 9월 300억원을 들여 수원에 농구단 전용 체육관을 짓는 등 전 감독 부임 후 프로농구단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누구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을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플레이오프 우승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전 감독은 “KT의 색깔이 된 이동공격(moving offence·2~3명의 포워드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공격 전술)이 이제야 자리잡은 것 같다”며 웃음으로 자신감을 대신했다.

 신장의 열세는 어떻게 극복할까. KT는 2m3㎝의 찰스 로드가 주전 선수 중 최장신이다. KBL 열 개 팀 가운데 KT보다 높이가 낮은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 감독은 “1, 2라운드를 한 뒤 플레이오프 우승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외국인 선수를 장신 선수로 교체할 것이다. 적합한 선수도 찾아놨다”고 했다.

김종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