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 “칸·베니스와 경쟁서 이겼다 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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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무소 힘멜브라우의 울프 프릭스 대표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 대해 “칸과 베니스 등 세계 최고 영화제 전용관보다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스페인 빌바오에 가면 누구나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습니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죠. 영화의 전당도 부산을 세계 속에 알릴 수 있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했습니다.”

 6일 개막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스포트라이트는 올해만큼은 영화도, 배우도 아닌 건물로 향했다. 부산영화제에 이른바 ‘전용관 시대’를 열게 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이다. 영화의 전당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힘멜브라우의 울프 프릭스(69) 대표를 7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5∼10일 열린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참석을 겸해 내한했다.

 1968년 오스트리아에서 창립된 힘멜브라우는 독일 뮌헨 BMW 본사의 홍보전시관인 BMW 벨트 ,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론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 본사 등으로 유명한 정상급 건축사무소다. 미국 UCLA 교수를 역임한 프릭스 대표는 공동창립자이자 해체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영화의 전당은 3만2137㎡부지에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다. 사무실 공간이 있는 비프힐과 상영장 4곳이 있는 시네마 마운틴, 4000석 규모의 야외극장 등으로 이뤄져있다. 나선형 통로 ‘더블콘’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다. 눈길을 단번에 잡아 끄는 건 빅루프와 스몰루프로 불리는 2개의 거대한 지붕이다. 지상 85m 높이의 빅루프는 기둥이 한 쪽만을 떠받친 ‘캔틸레버’형이다. “산이 많아 울퉁불퉁한 한국의 지형적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현무암이 주 소재로 쓰였다.

 “비대칭적 구조이기 때문에 첫눈엔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겠죠. 피카소가 큐비즘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어딘지 불안하고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습을 깼기 때문이죠. ”

 그는 “영화의 전당을 통해 21세기 극장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건축은 미디어이고,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건축철학이 바탕이 됐다.

 “미래의 극장은 천장과 벽, 바닥 등 3면 모두 스크린이 될 겁니다. 영화의 전당 지붕 밑에 12만 개의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한 이유도 영상효과를 내기 위해서죠. 조명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은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야외극장에 앉아있으면 온 몸이 영상에 둘러싸여 누구나 다 영화배우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현재 국제영화제 중에서 전용관이 있는 건 칸 · 베니스 · 토론토 등이다.

 “제가 가본 곳은 칸과 베니스입니다. 저희의 강력한 경쟁상대였죠. 두 군데 모두 스타일은 구식입니다. 아시아 영화의 역동적이고 빠른 느낌을 영화의 전당에 담고 싶었습니다. 감성적이고 표현적인 건물이 됐으면 했죠. 결과적으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고 자부합니다.”(웃음)

부산=기선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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