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창업일기] 컴디자인 박혜정 사장

중앙일보

입력

미혼 가장 박혜정(38)씨는 오늘도 거래처 발굴을 위해 네 평 남짓한 서울 군자동 사무실을 무작정 나선다.

명함.판촉물 업체 컴디자인을 운영하는 朴사장은 지하철역 몇 군데를 정해 인근 상가.사무실을 발길이 닿는 대로 찾아가 명함을 건네며 일감을 구한다.

朴사장은 "발로 뛰지 않고는 자리잡기 힘든 업종" 이라고 털어 놓았다.

영세업체가 난립해 마진이 박한데다 혈연.지연.학연 등 연줄을 타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명함 장사' 에 승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던 것.

朴사장은 칠순 홀어머니를 부양하고 남동생을 돕느라 고교 졸업 후 부동산 중개업소.백화점.병원 식당 등지에서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런 그가 자기 사업을 꿈꾸게 된 것은 시원찮은 벌이도 벌이였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리면서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친지의 권유가 이 업종을 택한 계기다. 더욱이 잡초 근성이 몸에 밴 덕분에 영업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일감은 조금씩 늘었지만 중고 PC 두 대 뿐인 열악한 제작 장비로는 번듯한 판촉물을 대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5월 1천만원을 들고 서울 성내동에 보증금 5백만원짜리 사무실을 열었던 朴사장은 지난해 7월 우연히 신용보증기금의 생계형 창업 특별보증 제도를 알게 됐고 담당자를 설득해 은행돈 2천5백만원을 꿀 수 있었다.

이 돈으로 그래픽용 컴퓨터 두 대를 사고 사무실도 입지가 나은 곳으로 옮겼다.

타고난 억척스러움에다 사업 여건이 보강되자 고객수가 2백여명으로 늘고 종업원도 세명을 둘 정도로 사업이 커졌다.

올들어 월 2백50만원 정도는 집에 가져갈 정도가 됐다. 최근엔 홈페이지(http://www.comd.co.kr)를 개설해 인터넷 마케팅에도 눈을 떴다.

朴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납기를 하루도 어기지 않는다. 또 수주 단가가 너무 낮으면 아예 일감을 맡지 않는다.

다른 업체보다 값을 약간 싸게 해 주는 대신 현찰로 대금을 미리 받는 관행을 세워 나갔다.

"거래업체들이 남발하는 '문방구 어음' 을 턱턱 받아 쌓아 놓았다가 연쇄도산하는 곳을 주변에서 수도 없이 봐 왔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노릇을 하다 보니 어느덧 노처녀 소리를 듣게 됐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결혼은 안중에 없다" 는 강인함을 내비쳤다.

사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14시간을 일과 씨름하는 그에게 데이트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문의는 02-467-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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