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SBC서울지점 M&A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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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산은의 ‘몸집 불리기’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우선 HSBC서울 지점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다.

 산은금융지주는 민영화와 ‘챔피언뱅크’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소형은행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고, 협상이 잘되면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어느 은행인지) 얘기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M&A를 추진하는 은행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산은지주는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적극적인 M&A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두고 수신 기반을 확보하려면 개인 고객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개인고객이 13만 명으로 대형 시중은행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현재 59개인 점포를 연말까지 77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무점포 은행서비스인 ‘KDB다이렉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 대상 은행은 HSBC서울지점이다. HSBC그룹은 본사 차원에서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창 진행 중이다. HSBC서울지점 역시 소매금융 부문만 따로 떼어 매각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82년 영업을 시작한 HSBC서울지점은 현재 전국에 11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총 자산은 6월 말 현재 30조203억원이다.

 HSBC는 산은지주와의 협상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HSBC서울지점 관계자는 “시장 루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게 본사의 공식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산은지주는 국내 뿐아니라 해외 은행의 M&A 기회도 적극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강 회장은 최근 여러 차례 걸쳐 은행의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른바 ‘메가뱅크(초대형은행)’론이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M&A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KDB다이렉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도 M&A계획을 묻자 “국내외를 막론해 (M&A를) 생각하고 있고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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