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등 TV 일요영화

중앙일보

입력

남아있는 나날(MBC 밤12시25분)

〈하워즈 엔드〉〈전망 좋은 방〉등을 통해 탁월한 연출력을 과시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과 영국이 자랑하는 남녀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이 트리오를 이뤄 만든 수작.

일본계 영국인 이시구로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제2차대전을 앞두고 영국정치의 주요무대인 귀족가문 달링턴가를 배경으로 집사와 하녀의 은근한 애정관계를 그린다.

전통과 명예를 신봉하는 집사 스티븐슨(앤서니 홉킨스)은 목석 같은 남자다. 그는 하녀들의 수장인 미스 캔달(에마 톰슨)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이를 꾹 눌러 참는다. 이런 가운데 집 주인 달링턴은 점점 심해지는 전운을 막기 위해 대독일 유화책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달링턴은 나치 유화론자로 낙인 찍히고 전쟁 후 집안이 몰락하는 비운을 맞는다.

달링턴의 저택은 루이스라는 은퇴한 미국인 정치가의 소유가 된다. 스티븐스는 저택이 전통을 존중할 줄 아는 새 주인의 손에 넘어 갔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런 그앞에 편지 한통이 전해진다. 결혼으로 오래 전에 곁을 떠난 켄달에게서 온 편지다.

영화는 전통과 충성이라는 영국 특유의 가치관이 갖는 이면을 주인공들이 맞게되는 비극적 운명속에 잘 버무려냈다.

고전적이며 단아한 영상이 영국적 품격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1994년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지명됐다.

원제 The Remains of the Day.

브래스트 오프(KBS1 밤11시)

1992년 영국 대처정부는 에너지를 석탄에서 원자력으로 대체키로 하고 폐광 정책을 편다.

광부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대니(피트 포슬스웨이트)가 이끄는 그림리밴드는 이런 분위기속에 14개 마을이 참가하는 탄광밴드 경연대회에 나가려 한다. 하지만 부원들은 의욕을 잃고있다. 그러나 현장 조사원 글로리아가 들어오면서 활력을 찾는다.

경쾌한 브라스밴드의 음악속에 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렸다.〈풀몬티〉와 함께 영국 노동의 현실을 코믹하게 고발했다.

원제 Brassed Off.감독 마크 허먼, 1996년 작.

그것이 인생(EBS 오후2시)

핑크 팬더 시리즈로 유명한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희비극 드라마. 완벽해 보이는 상류층 사람들이 항시 갖고 있는 불안감을 뒤틀어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주 말리부의 부촌에 사는 하비 페어차일드(잭 레먼 분)와 아내 길리안 (줄리 앤드루스 분)은 각각 성공한 건축가와 가수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자식들까지 다 장성시킨 이 부부의 생활은 겉으로는 아주 행복하고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60번째 생일을 맞은 하비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며 60이라는 나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