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양궁여왕 이은경 빗나간 올림픽 과녁

중앙일보

입력

"한국대표로 뽑히는 일이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 .
양궁 세계랭킹 1위인 이은경(토지공사)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시드니에 갈 수 없게 돼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5차 선발전이 벌어진 원주양궁장.

태릉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은경(토지공사)과 국가대표 강현지(강남대)가 나란히 사대에 섰다.

종합배점 원칙에 따라 승자는 6차 선발전을 치르는 8강에 진출하지만 패자는 탈락 위기에 몰리는 사활을 건 맞대결.

두 선수는 국가대표 선후배로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결과는 1차전 1백61 - 1백59, 2차전 1백60 - 1백57로 강현지의 승리.

"언니, 어떻게 해. " "너무 걱정마. 괜찮아…. "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이은경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이은경은 강현지와의 맞대결에서 연거푸 패한 데 이어 여고생 궁사 최남옥(경주여고)에게도 무릎을 꿇어 종합배점 10위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애틀랜타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조순(홍성군청)이 2차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2관왕 김경욱(삼익스포츠)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1위인 남자부 홍성칠(상무)이 3차 선발전에서 떨어진 데 이은 최대의 이변이었다.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 개인전과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양궁의 대들보' 이은경도 결국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에서 세계 각국 선수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IOC 선수위원 선발이 유력시되던 이은경은 선발전 탈락과 동시에 후보자격까지 잃게 돼 아쉬움이 더했다.

IOC선수위원은 애틀랜타와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현역선수들 중에서 8명을 선정하기 때문에 애틀랜타올림픽에 불참했던 이은경은 시드니행 좌절과 동시에 후보자격을 잃어버린 것.

1989년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뒤 11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고된 훈련을 견뎌왔던 이은경은 "17년 동안의 선수생활을 접고 쉬고 싶다" 며 은퇴의사를 밝혔다.

한편 남녀 각각 12명의 선수 가운데 8강을 가리는 이날 선발전에서는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활을 잡은 김수녕(예천군청)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남자부에서는 김청태(울산남구청)와 국가대표 오교문(인천제철)이 1, 2위로 8강이 겨루는 6차 선발전에 진출했다.

이날 8강에 든 선수들은 다음달 1일부터 태릉경기장에서 벌어지는 6, 7차 선발전에서 최종 3명 안에 들어야 시드니행 티켓을 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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