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 품질 자신 없으면 못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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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실 다방이 주를 이루던 시절 임대료 비싼 대로변 1층에 카페를 열었다. 스타벅스가 문을 연 게 99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10년 만에 남양유업·이마트 등에 액상커피·인스턴트 커피를 납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전환한 이유도 이처럼 시장보다 너무 앞서 나갔던 탓이었다. 사업 전환 후 윤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제품을 내놓아야 회사를 키울 수 있을까”였다. B2B사업으로 회사가 크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소비가 양극화되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미 소비 수준은 높아진 뒤였어요.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좋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나온 게 2005년 출시된 카페리얼이다. 유통 채널은 편의점으로 잡았다. 사무실이나 집처럼 실내에서 먹는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처럼 밖에서 먹는 커피와 경쟁해볼 생각이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웬만한 점심 메뉴가 1만원에 육박하게 오른 올여름, 편의점 커피는 대박을 기록했다. 올해 쟈뎅이 기대하는 예상 연매출은 550억원에 달한다.

 

윤 회장은 최근 150억원을 투자해 천안 공장을 증축했다. 연간 최대 1500t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규모로, 원두커피 생산 공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건 “편의점 커피 시장이 커피 전문점만큼 큰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전체 3조원에 달하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조만간 편의점 커피 시장이 5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윤 회장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가 인스턴트 커피를 팔기 시작했어요. 그냥 나온 전략이 아닙니다. 커피 전문점 밖에서도 고급 커피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그가 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커피는 일명 ‘어레인지 커피’ 제품인 카페모리다. 어레인지 커피는 기본적인 커피에 생크림·초콜릿·곡물 같은 첨가물을 추가한 제품이다. 카페모카나 바닐라라테 같은 제품을 생각하면 된다. 이 역시 편의점에서 주력해 팔고 있지만 대형마트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사실 윤 회장은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66) 회장의 동생이다.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전 크라운제과에서 10년간 일한 경험도 있다. 사업과 경영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제과업체에서 일을 배웠지만 사업은 커피로 시작했다. “과자가 맛으로 승부한다면 커피는 맛뿐 아니라 분위기 같은 문화적 콘텐트를 얹어 파는 부가가치 높은 식품”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윤 회장의 아버지는 국내 최초의 비스킷 크라운산도를 만든 고(故) 윤태현 회장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만두가게와 양복 수선점 등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빵집을 내고 이를 기업으로 일궈낸 1세대 기업인이다. TV드라마 ‘국희’의 모델로도 유명하다. 크라운제과에서 일했던 10년 그는 아버지로부터 “소비자는 금 저울”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금을 다는 저울처럼 정확하다는 뜻이다. “현란한 말이나 광고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어요. 품질과 가격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죠. 편의점 커피도 그래서 나온 겁니다.”

정선언 기자

윤영노 회장은

▶ 배재중·고등학교 졸업

▶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부 졸업

▶ 한업인쇄 대표

▶ ㈜크라운제과 부사장

▶㈜영 인터내쇼날 대표이사

▶ 현 쟈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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