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신숙자 구출”… 촛불 든 20대 젊은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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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K·한국대학생포럼 등 5개 대학생·청년단체 회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통영의 딸’ 신숙자씨 모녀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송환 서명운동은 시민단체들의 동참으로 10월 한 달간 전개될 예정이다. [뉴시스]

“통영의 딸을 석방하기 위한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지난 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 입구. 10여 명의 젊은이가 시민들에게 전단을 주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길 한쪽엔 ‘통영의 딸 신숙자 송환 촉구 유엔청원 서명운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북한인권 연구모임인 LANK와 한국대학생포럼 등 5개 대학생·청년단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 자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여 왔다. 이들은 그간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에 대한 반대 운동 등을 펼쳐 본지에 ‘P세대’로 소개된 단체다.

 이날 현장엔 전날과 다른 점이 있었다. 시민 30여 명이 촛불을 밝힌 종이컵을 들고 학생들과 함께 서 있었다. 이날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통영의 딸 구출 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기독교사회책임, 북한정의연대, 북한전략센터 등으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연합회와 선진통일연합 등 8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만들어졌다.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는 “학생들의 서명 운동에 감명받아 시민사회단체도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10월 한 달간 대학생·청년 단체와 함께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학생·청년단체가 예정한 서명운동 기간은 일주일이었으나 시민단체의 동참으로 한 달간 진행되는 촛불행사로 커진 것이다. 통영에서 시작된 서명운동이 서울에 본격 상륙했다는 의미도 있다.

 ‘통영의 딸’은 신숙자(69)씨와 오혜원(35)·규원(33) 모녀를 말한다. 1942년 통영에서 태어난 신씨는 20대에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현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유학생 오길남(69) 박사를 만나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오씨는 85년 12월 교수직 제의와 함께 “아픈 아내에게 최상의 진료를 보장하겠다”는 북한 요원의 말을 믿고 아내 신씨, 자녀와 함께 월북했다. 1년 후 오씨가 독일 유학생 포섭 지령을 받고 평양을 떠나 독일로 가게 되자 신씨는 “다른 사람 인생 망치지 말고 당신도 북을 떠나 우리를 구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오씨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탈출한 뒤 신씨와 자매는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사연은 지난 5월 통영에서 열린 전시회 ‘그런데 통영의 딸이 그곳에 있습니다’를 통해 알려졌고 통영시를 중심으로 신씨 모녀 송환촉구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현재까지 경남 지역에서 2만6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LANK의 인지연(38·여) 대표는 “서명을 받아 유엔에 청원을 보내는 것이 목표이지만, 더 시급한 일은 서울 시민들에게 ‘통영의 딸 모녀’의 이름과 사연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P세대=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20대 젊은 보수. 북한의 실체를 알고 애국심(Patriotism)에 눈뜬 세대이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실용(Pragmatism)적인 태도를 가졌다. 힘(Power)이 있어야 평화(Peace)를 지킬 수 있고, 해병대에 자원한 배우 현빈처럼 국방의 의무를 즐겁게(Pleasant) 받아들인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을 통해 자신의 생각(Personality)을 적극 알리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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