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내렸다, 작다, 하지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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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30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전농동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아파트. 재개발 아파트인 이 단지의 분양가는 2008년 조합 총회에서 3.3㎡당 평균 1700만원에 정해졌다.

그러나 최근 조합원들은 다시 총회를 열고 분양가를 3.3㎡당 300만원 낮춘 1400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선형 분양소장은 “수도권 분양시장이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분양을 빨리 끝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가을을 맞아 아파트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선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다음달 한 달 동안 전국에서 4만6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 들어서 가장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8714가구)보다 4.3배 가량 많다. 30일에만 전국에서 13개 단지 1만2000여 가구가 동시에 견본주택 문을 열고 가을 분양 테이프를 끊는다.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는 최근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세계경제 불안이라는 악재를 만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얼마나 열지 불확실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올 가을 분양시장의 키워드는 ‘가격을 깎고(Sale)’집 크기는 줄이되(Small)^품질은 차별화(Specialization)하는 ‘3S’로 정리된다.

Sale(분양가 인하)/재개발 단지들도 잇단 가격 인하

분양가 인하에 인색한 재개발 단지들이 잇따라 가격을 낮춘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이 공동 시공하는 서울 왕십리뉴타운2구역 아파트는 평균 분양가를 당초 3.3㎡당 2010만원에서 1940만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GS건설 신상진 분양소장은 “금액은 많지 않더라도 3.3㎡당 2000만원 아래로 내려 심리적 인하폭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아파트도 등장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에서 분양하는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740만원선. 인근에서 2006년 4월 분양된 아파트 분양가(3.3㎡당 800만원선)보다 싸다.

대우건설 노민호 분양소장은 “단기간에 분양을 끝내는 게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윤을 최소화하더라도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주시 전북혁신도시 우미린은 인근에서 2007년 분양된 아파트(3.3㎡ 690만원선)보다 분양가가 싸다.


같은 단지에서도 분양가 파괴가 일어난다. 큰 주택형의 분양가가 작은 집보다 더 싸다.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분양가는 59~84㎡형(이하 전용면적)이 평균 1400만원, 121㎡형은 1300만원이다.

이전에는 중대형(전용 85㎡ 초과)이 마감재 수준이 더 좋고 부가가치세(공사비의 10%)가 포함돼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중소형(전용 85㎡ 이하)보다 비쌌다. 중소형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중대형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직접적인 분양가 인하 외에 중도금 무이자 등 다양한 금융혜택들도 선보이고 있어 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격부담은 더욱 가볍다”고 말했다.

▲ 아이에스동서가 울산 우정혁신도시에 분양할 에일리의 뜰 아파트에는 어린이 전용 욕조·세면대를 갖춘다.

Small(중소형 위주)/대구 침산동 쌍용 96%가 중소형

전용면적 85㎡가 넘는 중대형은 줄어들고 85㎡ 이하의 중소형 물량은 늘어난다. 쌍용건설이 대구 침산동에 공급하는 침산동 2차 쌍용예가는 전체 가구수(657가구)의 96%가 중소형이다.

당초 중소형 비율을 86%로 잡았지만 10% 정도 더 늘렸다. 대우건설은 충남 연구군 세종시에 공급하는 2591가구의 93%(2409가구)를 중소형으로 공급한다. 당초 계획보다 중소형 가구가 200여 가구 늘어났다.

쌍용건설 반왕건 분양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실수요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실수요들이 선호하는 중소형이 아니면 팔리지 않아 최대한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공급계획을 바꾼다. 중소형을 전체 가구수(1408가구)의 25%만 지을 계획이었지만 최대 85%까지 늘리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


중소형 선호는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큰 집보다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주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등으로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유다. 설계의 발전, 서비스 면적 등으로 실사용 면적이 넓어진 것도 중대형 선호도를 떨어뜨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임대주택사업 규제를 풀면서 중소형 임대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중소형 공급이 많아진 배경”이라고 말했다.

Specialization(특화)/집 작아도 공간 활용도는 높게

주택 크기는 작아지더라도 공간 활용도를 높여 실제로 쓰는 공간을 넓히는 설계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울산시 우정혁신도시에 분양하는 에일린의 뜰은 가변형 벽체 등을 활용해 침실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알파(α)공간을 제공한다. 아이들을 위한 유아용 변기·욕조 등이 설치된 어린이 욕실도 도입된다.


천덕꾸러기였던 1층의 기능과 구조를 강화한 단지도 눈에 띈다. 동부건설이 인천시 귤현동에서 내놓는 계양센트레빌 2차는 1·2층 거실 창을 컬러강화유리로 시공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포스코건설이 세종시에 공급하는 세종 더샵 센트럴시티의 경우 바닥 데크(5m)를 높여 일반 아파트 3층 높이에 1층을 조성한다. 세종 더샵 레이크파크도 1·2층에 단지 앞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동부건설 이용환 분양소장은 “선호도가 낮은 저층은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 분양시장이 가라앉은 요즘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파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전통적인 디자인이 도입된 주택도 선보인다. 피데스개발은 전남 목포시에 분양하는 우미파렌하이트에 한옥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랑채·툇마루 등을 조성하고 침실 문에 전통 문살을 적용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비슷한 구조의 답답한 아파트 설계에서 벗어나 아파트에서도 한옥의 쾌적성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 전남 목포시 옥암동에 분양되는 우미파렌하이트는 사랑채·툇마루 등 전통 한옥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전매제한=새로 분양 받은 주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 단기간의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해 분양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한때는 입주한 뒤에도 상당 기간 전매가 제한됐으나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로 민영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대부분 1~3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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