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지붕 기둥 하나로 지탱 … 공학예술 결정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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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관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이 사진은 초광각 렌즈로 촬영해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의 기둥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에 거대한 2개의 지붕을 기둥 하나가 떠받치는 특이한 건물이 29일 준공됐다. 다음달 6~14일까지 열리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열릴 부산 ‘영화의 전당’이다. 축구장의 두 배 넓이에 무게 4000t이나 되는 큰 지붕을 기둥 하나가 떠받치고 있다. 기둥의 위치도 정 중앙이 아닌 한쪽에 쏠려 있다. 이러한 독특한 모습 때문에 준공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설계자인 울프 프릭스(69·Wolf D Prix)를 만났다.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 쿱 힘멜브라우사 대표, 오스트리아 빈 응용미술대학 학과장, 유럽기술과학 아카데미 상임회원,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 건축협회 상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울프 프릭스

 -‘영화의 전당’의 디자인 개념은.

 “이 도시의 슬로건인 ‘다이내믹 부산’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건축미학적으로만 접근한 것만 아니라 다양한 건축공학이 접목된 공학 예술의 절정이다. 우리가 한 아시아 첫 번째 프로젝트다.”

 -지진에도 안전한가.

 “지진이 잦은 지역에도 기둥 없는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곡선 등 다양한 면으로 안전하게 설계했다.”

-건물에 영화를 입혔다는데.

 “영화산업의 부흥을 위해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양만으로도 영화제의 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붕이 영화의 스크린이 되도록 설계했다. 변화하는 12만 개의 LED 조명이 건물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당신의 건축철학인 ‘해체주의’가 설계에 반영됐나.

 “해체주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철학적인 개념의 해체주의 건축을 적용했다.”

 -부산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은.

 “모든 도시는 독특한 건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전당이 부산에 많은 기여할 것이다. 부산의 건축은 변화하는 도시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준공된 건물을 보는 소감은.

 “영화의 전당을 설계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내부 인테리어와 세심한 부분도 잘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 영화의 전당 개관식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다음달 5일에는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조직위 초청을 받아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불가능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2011 부산국제건축문화제(다음달 4~10일)’ 기간 부산디자인센터 1층에서 ‘울프 프릭스, 특별 기획전’도 열린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영화의 전당=큰 지붕(빅루프)은 가로 163m×세로 61m다. 가로 길이 163m 가운데 기둥 부분 33m를 제외하면 앞쪽은 86m, 뒤쪽은 44m 길이다. 길이 차가 있지만 양쪽 무게를 비슷하게 해 균형을 잡았다. 밖으로 보이지 않지만 뒤쪽에서 기둥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앞쪽을 당겨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작은 지붕(스몰루프·가로 121m×세로 66m)도 마찬가지 원리로 지어졌다. 지붕 둘 다 규모 7.0 지진과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5m, 1m 이상 눈에 견딜 수 있다. 특히 큰 지붕 아래 광장 바닥에는 기둥 2개가 숨어 있어 태풍 등 재해가 닥치면 기중기처럼 올라와 지붕을 떠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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