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풍에 벼농사 망쳐 … 남쪽 통 큰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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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림

지난 8월 북한 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도 연백평야와 재령평야의 벼농사가 막대한 피해를 봐 올가을과 내년의 식량 문제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북한 외무성 관계자가 말했다. 26일부터 최영림 북한 내각 총리의 방중을 수행 중인 북한 외무성 관계자는 27일 본지와 만나 북한의 식량 부족 실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면서 “남쪽(한국)이 동포로서 통 크게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는 본인의 정확한 직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무성의 중견 간부로 파악됐다.

 그는 “봄에 모내기를 하고 작황이 아주 좋았는데 8월 초 예측할 수 없는 태풍으로 몽땅 쓸어버렸다”며 “태풍 때문에 이제는 (식량 부족으로) 정말 야단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와 부족한 식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오죽 심각하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지원을 호소하고 있고 유엔식량기구(FAO)가 원조하겠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런데도 남쪽에서는 고작 초코파이 몇 개 주겠다고 한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 규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간부는 1980년대 한국이 막대한 수해를 입었을 때 당시 김일성 주석이 남쪽 이재민을 지원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번에는 남쪽의 식량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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