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 나의 별 ⑬ ‘리틀 최승희’ 석예빈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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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국무용으로 세계인 가슴 뛰게 할래요“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리틀 최승희’로 불리는 석예빈(대치중 3)양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석양은 2004년 7살의 나이로 무용가 최승희에게 헌정하는 단독공연 ‘최승희를 꿈꾸며-춘몽’을 선보였다.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는 저를 불쌍하게 여겼던 친구들이 이젠 부러워해요.(웃음)”

 석양이 무용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3살무렵이다. 어린 나이지만 동작을 따라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석양의 재능을 아버지가 알아봤다. 석양은 무대감독인 아버지와 무용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레 무용에 흥미를 느꼈어요.” 평생 무용을 해온 석양의 어머니는 딸이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랐지만 석양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2004년 최승희 헌정공연을 기획하던 석양의 아버지는 무용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딸에게 주인공을 맡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공연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렸다. 성인 무용수들도 서기 어려운 큰 무대였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고 꼬마 무용수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올 때 가슴이 뛰었어요. 무용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석양은 경연보다 공연 무대를 더 즐긴다. 지금까지 70회 넘는 공연을 소화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정이 크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일도 좋아한다. 이런 석양에게 부모님은 좋은 멘토였다. 석양은 “엄마는 무용에 관해선 매우 엄격한 선생님”이라면서도 “무대에 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석양은 감정이입에 온 힘을 쏟는다. 물동이 공연을 할 땐, 물을 긷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를 한다. 매 공연마다 감정이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버지의 영향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처럼, 저 역시 공연을 할 땐 역할에 빠져들어 춤을 춰요.”

 석양의 아름다운 춤사위는 혹독한 노력의 결과다. 13살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부문 예술영재로 선발돼 지금까지 교육받으면서 주말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습을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온나라 궁중무용 대회에서 우승해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석양은 무용뿐 아니라 노래에도 재능이 있다. 5살 무렵,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사익 콘서트에서 오프닝 공연을 했고, 지난해에는 최승희 출생 100주년 헌정음반을 냈다. 바쁜 일정이지만 학교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석양은 “남한테 지는 것을 싫어하고, 무용 하는 애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도 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양의 꿈은 한국무용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석양은 “무용을 통해 나를 알리고 나아가 한국무용의 아름다움도 알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설명] 서울 도곡동 연습실에서 석예빈양이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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