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MS, 아이폰5 출시 앞둔 애플에 선제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8일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특허를 공유하는 등 협력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0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07’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한 빌 게이츠 당시 MS 회장(오른쪽)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합은 반(反)애플, 구글 견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업체 간 결합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때문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소프트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악착같이 이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맥락의 첫 결과물이 28일 발표된 MS와의 전격 제휴다.

 삼성은 다음 달 4일 아이폰5 출시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강한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던 SW의 강자 MS도 세계 최대 HW업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한국MS 관계자는 “삼성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대한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고, MS는 윈도폰7.5(망고)의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다양한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8일 두 회사 간 포괄적 업무협약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윈도폰의 OS 점유율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 3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삼성과 MS의 연합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삼성 내에서 다양한 OS를 확보해야 한다는 멀티OS 전략이 더욱 힘을 받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손에 쥐고 있는 OS가 많아야 IT업계의 강자인 애플·구글과 보다 효율적인 협상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현재 확보한 OS는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MS의 윈도모바일, 그리고 자체 개발한 바다다. 삼성과 인텔이 제3의 OS로 개발키로 한 ‘티젠’이 1년 뒤 완성되면 삼성은 4가지의 OS를 보유하게 된다.

방원석 한국밸류자산운용 팀장은 “MS나 삼성으로선 잃을 게 없는 협약”이라며 “아이폰5 출시를 앞둔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S가 곧 내놓을 PC OS인 윈도8도 삼성으로선 호재다. 우리투자증권 김혜용 애널리스트는 “최근 MS가 발표한 윈도8을 적용하면 아이패드에선 불가능한 엑셀 같은 MS 오피스 프로그램을 삼성의 태블릿PC에선 그대로 쓸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MS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면 향후 나올 삼성전자의 태블릿PC가 노트북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S 입장에서도 삼성은 붙잡아야 하는 우군이었다. 올해 초 노키아와 손을 잡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역량 부족으로 노키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MS로선 또 다른 전략적 파트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과거 PC시장에서 인텔과 손을 잡고 ‘윈텔’로 불리던 연합전선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도 필요했고, 가장 적절한 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삼성은 통신 특허가 많지만 응용프로그램이나 콘텐트 등의 OS 쪽은 MS가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크로스 라이선스 협력은 애플과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줄 뿐 아니라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을 견제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스마트폰 OS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심재우·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