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서 유독 맥 못추는 구글·페이스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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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터넷 검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각각 세계를 제패한 구글과 페이스북이 아직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세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중국·일본이다. 이들 동북아 3국은 각각 자국 업체들이 두 세계 제왕에 맞서 국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네이버·싸이월드, 중국의 바이두·웨이보, 일본의 야후·FC2블로그가 이들 3개국의 온라인 세계를 지키는 대표 수비수들이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마셔블’은 최근 닐슨컴퍼니의 자료를 분석한 그래프를 공개했다. 인구와 인터넷 이용률을 고려해 선정한 주요 10개국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비교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를 비롯한 10개 나라 중에서 페이스북이 SNS 가입률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나라는 일본과 브라질뿐이었다. 페이스북은 브라질에서는 1위 SNS인 구글 ‘오르컷’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해 그나마 체면을 차렸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SNS 상위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 대신 FC2블로그, 아메바, 라이브도어와 같은 기업들이 1~3위를 지켰다.

 모두 일본에서만 서비스하는 기업들이며 라이브도어는 지난해 NHN에 인수됐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은 토종 SNS 싸이월드를 추격하는 입장이다. 코리안클릭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싸이월드의 순 방문자수(UV)는 2087만 명으로 2위인 페이스북(1045만 명)의 두 배다.

 페이스북은 중국에는 진입조차 못한 처지다. 중국 정부의 차단 때문이다. 그사이 자국 서비스 ‘웨이보’가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포털 신랑왕(新浪網)이 2009년 선보인 SNS 웨이보가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업체들도 같은 이름을 사용해 서비스를 내놨다.

 검색왕 구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네이버·다음이 검색 시장 1, 2위를 지키고 있고 올해 8월 구글의 순방문자수는 865만 명으로 네이버(2909만)의 30%에 불과했다(코리안클릭). 중국 역시 자국 기업 바이두가 점유율 75.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야후의 점유율이 51%로 구글을 앞섰다. 미국 검색 시장의 65%, 남미·유럽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로서는 ‘큰 예외’를 만난 셈이다.

 이유는 ‘현지화’로 귀결된다. 일본은 익명성을 중시하는 특유의 국민성이 페이스북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본판 싸이월드 ‘믹시’의 경우 초대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개인 정보 공개가 적다. 매니어층을 공략한 서비스도 통했다. FC2블로그는 무제한 용량을 제공해 애니메이션·게임 애호가들을 끌어모았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킬러 콘텐트의 힘이 컸다. 야후를 검색 1위에서 끌어내린 것은 다음의 ‘카페’ 서비스였고 이후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현재의 네이버를 만들었다. 중국은 정치적 이유로 외국 인터넷 업체를 막는 당국의 검열이 거대한 국내 기업을 육성한 사례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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