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선 ‘베트남 입양아’가 경제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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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의 경제대국인 독일 경제를 책임지는 거물 정치인은 베트남계 입양아 출신이다.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돼 외국계 최초로 자유민주당(FDP) 당수 및 연방정부 부총리에 오른 필리프 뢰슬러(38·사진)다. 자민당은 기민-기사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2년 전 복지부 장관에 처음 발탁된 그는 현재 부총리 겸 경제기술부 장관을 맡아 독일의 경제정책을 총지휘하고 있다. 요즘에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양아 출신인 그의 삶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3년 베트남 남부 칸호아에서 출생한 그는 고아원을 전전하다 생후 9개월 때 독일로 입양됐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4세 때부터는 직업군인으로 헬리콥터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손에서 자랐다. 이런 까닭에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내 인생의 롤 모델은 아버지”라며 “성장하면서 내 외모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격려로 이겨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노버대 의대를 나온 그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92년부터 자민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했고 2004년 니더작센주 자민당 사무총장을 거쳐 2006년에는 지역 당수로 선출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하노버에 거주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지만 충실한 가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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