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세계 속의 손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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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손연재가 22일(한국시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31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볼 연기를 펼치고 있다. [IB스포츠 제공]

손연재(17·세종고)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 무대를 넘본다.

 손연재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제31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예선 순위 14위로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했다. 올림픽 한 해 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예선 대회 성격을 갖는다. 24일(한국시간) 끝나는 결선에서 24명의 선수 가운데 15위 이내의 선수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직행 티켓을 받는다. 예선 성적만 유지해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손연재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이번 기회를 놓쳐도 내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프레올림픽에서 출전 티켓을 노려볼 만큼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손연재의 눈부신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종목이 곤봉이다. 손연재는 22일(한국시간) 연기한 곤봉에서 27.200점을 받았다. ‘톱 10’의 기록이다. 후프(26.725점), 볼(26.550점), 리본(26.800점)에서 넘지 못한 27점의 벽을 곤봉에서 넘었다. 차상은 전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강화위원장은 “(손연재가 연기하는) 곤봉 종목의 작품 구성 수준이 높다. 큰 실수 없이 연기한다면 좋은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곤봉이 처음부터 손연재의 ‘필살기’는 아니었다. 손연재는 올해 시니어 2년차. 성인 무대에 처음 진출한 지난해엔 곤봉 종목이 없었다. 리듬체조의 종목 수는 모두 5개(후프-볼-곤봉-리본-줄)다. 국제체조연맹(FIG)은 2년마다 이 중 하나를 제외한 4종목으로 대회를 연다. 지난해엔 곤봉, 올해는 줄 종목이 빠졌다. 주니어 시절 곤봉을 연기하긴 했지만, 안무 구성이나 난이도에서 시니어 무대와는 차이가 났다. 시니어 수준에 맞게 연기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곤봉에서의 부진은 ‘전 종목 26점대 안착’이라는 목표 달성에도 장애물이 됐다. 손연재는 5월 초 열린 우크라이나 키예프 대회 곤봉 종목에서 24.875점을 받아 올 시즌 처음으로 24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손연재는 훈련에 매달렸다. 곤봉은 다른 종목과 달리 수구가 2개인 데다 딱딱해서 선수들 사이에 어렵기로 ‘악명’ 높은 종목이다. 손연재는 발에 피멍이 들 때까지 훈련했다. 그 결과 9월 초 열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월드컵 시리즈에서 곤봉 6위(27.375점)를 기록하며 세계선수권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차상은 전 위원장은 “(손연재가) 매우 차분한 상태다. 중요한 대회라 들떠 있거나 긴장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담담할 수 있는 것이다. (손)연재의 연기를 보면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치열한 준비과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도 포기를 모르는 ‘악바리 근성’ 덕분이다.

 한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2위에 오른 신수지(20·세종대)는 73.700점으로 49위에 머물러 예선 탈락했다. 함께 출전한 김윤희(20·세종대) 역시 44위(74.025점)로 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예선 종합 1위는 무결점 연기를 펼친 ‘리듬체조의 여제’ 예브게니야 카나예바(러시아·87.775점)가 차지했다.

  손애성 기자

◆리듬체조 올림픽 출전 시스템=올림픽 전년도에 치러지는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 개인종합 결선에서 15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별 올림픽 쿼터가 제한돼 15위 안에 들어도 출전이 보장되진 않는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 나라에 한 명씩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여기서 탈락한 선수들은 프레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다. 프레올림픽에 걸린 출전권은 모두 5장. 올림픽에 나가는 20명의 선수 중 같은 국가 출신은 최대 2명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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