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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학생 장사 하는 엉터리 대학 솎아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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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의 마구잡이식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동이 걸릴 모양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제대로 관리하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도입해 오늘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인증 신청을 받는다. 인증을 따내면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재정지원 등의 혜택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하위 5%로 평가된 10~15개 대학은 유학생 유치용 비자발급이 제한돼 아예 유학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외국인 유학생의 질 관리를 위해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현재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9000여 명으로 2005년 2만2000여 명에 비해 네 배 이상 급증했다. 내년엔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가 확실시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국제화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우수 인력을 끌어들여 고급 인적자원으로 양성·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을 이해하는 친한(親韓)·지한(知韓)파 인사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은 아직 형편없다는 점이다. 일부 지방대학들이 미달된 정원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유학생을 유치한 뒤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학생이 대학에 등록만 해놓고 불법 취업을 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일부 경영 부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졸업장 장사’를 해 연명한다는 얘기마저 나올 판이다. 국내 대학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와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장삿속으로 유학생을 끌어들여 돈이나 벌려는 엉터리 대학은 걸러내야 마땅하다.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의 안착과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기껏 불러들인 외국인 유학생이 불편 없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시스템 개선을 위한 대학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가 되려면 이제 양이 아니라 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