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오빠""아 그래요"南 말투 흉내…"한류가 탈북의 동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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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DVD가 즐비한 매대

최근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탈북자 9명 중 1명이 "한국의 거리와 시민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영상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일본 정부의 조사과정에서 말했다. '한류'가 탈북의 동기가 된 것이다.

20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도에서 대학을 다니다 2009년 탈북한 성현미(25)씨는 "일본 탈북자들의 뉴스를 보고 충분히 공감했다"며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단속돼 1년 반 동안 노동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는 탈북자 김선희(50)씨는 "단속을 하는 보안원들 조차 '시끄럽게 우리까지 못살게 굴지 말고 제발 들키지 말고 보라'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당국이 아무리 철저하게 사상 교육을 해도 한국 드라마를 본 주민들에게는 전혀 먹혀 들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생계형 탈북자가 대다수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자유로운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탈북의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부유층에 속했던 혜산 출신 탈북자 정수옥(37)씨는 "사는 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나 한국에 정착한 친척들과 통화를 하면서 한국행 의지가 강하게 생겼다"고 전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과 종종 전화를 한다는 그는 "전화를 하면서 그 쪽 소식을 들어 보면 한류 열풍이 지난해가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며 "북한에 있는 친척 동생이 한국드라마에서 나온 말투로 '오빠' '아, 그래요'라는 남한풍의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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