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도요타 캠리 가격 차이가 191만원, 고민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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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이 지난달 큐브를 출시했다. 박스처럼 모서리 끝까지 면을 확장해 실내 공간을 키운 소형차다. 실용적인 데다 디자인마저 예쁘장해 인기몰이 중이다. 출시 전 한달 동안 1000대 이상 계약돼 화제를 모았다. 큐브의 인기 비결로 가격을 빼놓을 수 없다. ‘수입차는 으레 비싸다’는 편견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큐브 1.8S가 2190만원, 1.8SL이 2490만원.

 큐브는 국내 출시 전부터 기아 쏘울과 저울질됐다. 쏘울이 큐브의 개념을 차용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물론 고스란히 답습하진 않았다. 기아차는 쏘울의 최저 지상고와 운전석을 높였다. 이 때문에 은근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박스카의 원조 큐브보다 쏘울이 더 많이 팔린 비결로 손꼽힌다. 둘의 경쟁이 이제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기아 쏘울의 가격은 1355만원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고급형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쏘울 1.6 디젤 프리미엄은 2185만원으로 큐브와 5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과 라이팅 패키지 옵션을 달면 2365만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역전된다. 큐브 기본형보다 175만원 더 비싸다. 125만원을 보태면 내비게이션을 갖춘 큐브 고급형도 살 수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수입차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결과다. 1991년 가장 비싼 국산차는 대우 임페리얼 3000 스페셜로 2980만원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경차인 기아 모닝에 옵션을 다 붙이면 1600만원이 넘는다. 현대 에쿠스 리무진 VL500은 메르세데스-벤츠 S350보다 비싸다.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을 얹은 르노삼성 QM5 SE25의 가격은 2385만원이다.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자식 룸미러, 하이패스 단말기, 루프 랙,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 등 옵션을 더하면 2708만원이 된다. 282만원만 더 내면 닛산 로그 플러스 2WD를 살 수 있다. 둘은 먼 친척뻘로 엔진과 뼈대, 굴림 방식마저 같다.

 현대 아반떼 1.6 GDI 톱의 가격은 1890만원이다. 선루프와 가죽시트, 내비게이션을 달면 2085만원이다. 505만원 더 내면 도요타 코롤라 기본형을 살 수 있다. 기아 K5 2.0 터보 노블레스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3299만원이다. 일본 브랜드의 중형차보단 여전히 저렴하다. 하지만 저울질할 만하다. 닛산 알티마 2.5와 161만원, 도요타 캠리 2.5와 191만원 차이가 날 뿐이다.

 아직까진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 비슷한 가격이면 옵션을 더 챙길 수 있거나 출력이 높다. 공임을 포함한 소모성 부품 교환비나 수리비도 저렴하다. 서비스센터도 많다. 하지만 수입차도 고민해 볼 만하다. 같은 예산으로 차급을 낮추면 더욱 다양한 차종을 경험할 수 있다. 세금과 보험료는 같은 가격대 국산차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희소성이 뒷받침된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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