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토마토2,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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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토마토2저축은행 본점에서 20일 한 남성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은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예금인출액은 전날보다 적었다. [송봉근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0일 대전을 방문했다. 서구 둔산동에 있는 토마토2저축은행 지점을 찾아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권 원장은 전날에도 서울 선릉역에 있는 이 은행 지점을 방문해 2000만원을 예금했다. 금감원장이 이틀 연속 한 저축은행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 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 저축은행을 살리는 걸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 원장은 “토마토2는 정상영업이 가능한 곳이다. 당국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마지노선이란 표현엔 7개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영업정지시킨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가 이 은행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당국은 18일 ‘연말까지 문을 닫을 저축은행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다. 이 약속이 깨지면 고객들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미리 ‘뱅크런만 없다면’이란 전제를 달았다”는 당국의 설명도 핑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차단하려면 모기업인 토마토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토마토2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권 원장은 이날 “설사 토마토2의 정상영업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예보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영업정지는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명동 토마토2저축은행 지점엔 50명 안팎의 고객이 차분하게 기다리며 순서대로 예금을 찾아 집으로 돌아갔다. 예금을 찾거나 번호표를 받아가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던 전날과는 대조적이었다. 회사 측은 이날 “오후 4시 마감 결과 전날 416억원보다 96억원, 약 23% 적은 320억원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말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때이른 인수 경쟁도 시작됐다. 11월께 매물로 나올 영업정지 저축은행 7곳 중 6곳이 수도권을 근거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무너진 저축은행들이 주로 지방에 있었지만 이번 7개 저축은행의 본·지점 22개 중 15개가량이 서울 강남과 분당권에 있다”면서 “금융회사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금융이다. 이팔성 회장은 최근 “두세 개 저축은행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7월 ‘전주+대전+보해저축은행’ 패키지 인수전에 참여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도 다시 인수전에 참여할 방침이다. 지난 5월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패키지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한국금융지주와 키움증권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지주회사로 전환한 메리츠금융지주가,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아주캐피탈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위한 ‘합동수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합수단은 검찰과 금감원·예보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검찰조직과 별도로 운영된다”며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22일께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나현철·이동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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