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랜드마크 겨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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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여의도에서 랜드마크 경쟁이 시작됐다. 터줏대감 63빌딩과 수퍼루키 서울 국제금융센터(IFC)의 싸움이다. IFC 4개 건물 중 ‘오피스 원’의 개장 시점은 11월, 전체 개장은 내년 8월이다. 그러나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임대·입점 계약 단계에서 제대로 된 입주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개장 후 만회하기 어렵다. IFC의 쇼핑몰은 현재 70% 정도 임대 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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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문을 연 63빌딩은 누적 관람객이 7500만 명에 달한다. 한때 국내 최고 높이의 건물이었고 전망대까지 갖춰 자연스럽게 서울의 명소가 됐다. LG트윈타워 등 특색 있는 건물들이 여의도에 들어섰지만 63빌딩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IFC는 높이에서도 63빌딩을 밀어냈다. IFC 4개 동 중 최고층의 높이는 284m로 63빌딩(264m)보다 20m 더 높다.

63빌딩은 지하철역에서 멀 지만 IFC 앞에는 대규모 버스 환승 주차장까지 있다. 이 때문에 63빌딩은 연인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의 랜드마크’ 전략이다. 국내 최초의 밀랍인형 박물관(63왁스뮤지엄)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63스카이아트)이 대표적이다. 63빌딩 관계자는 “국내에서 20년 이상 고층빌딩 관리 노하우를 축적해 온 곳은 63빌딩밖에 없다”며 “입주사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FC는 여의도 중심부에 있다는 입지를 바탕으로 주변 지역 고소득층 주민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실내형 테마파크’에 가까운 63빌딩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접 지역인 용산·마포·영등포·동작 지역의 가계 지출과 소비 성향을 동 단위로 파악했다. IFC 공사를 관장하는 AIG부동산개발의 안혜주 전무는 “타워팰리스에 들어선 ‘스타슈퍼’ 같은 프리미엄 수퍼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프리미엄 수퍼는 여의도에선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지하 복합몰은 유행을 이끄는 싱글족에게 초점을 맞춰 업체를 골랐다는 게 안 전무의 설명이다. 안정된 63빌딩과 달리 IFC는 주변이 어수선한 게 부담이다. IFC는 인접한 파크원(최고 72층) 빌딩과 함께 여의도의 새 고층 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파크원 빌딩이 송사에 휘말리면서 공사가 30% 수준에서 중단된 게 아쉬운 점이다.

 두 빌딩 식당가의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63빌딩은 중식당 백리향과 파빌리온뷔페 등이 유명하다. 63빌딩 식음사업부 측은 “노출을 꺼리는 VIP 고객은 한 번 고객이 되면 식당을 잘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IFC의 고급 음식점은 힐튼 계열의 호텔인 콘래드서울이 담당한다. 여의도 최초의 특1급호텔이다. 호텔 측은 63빌딩은 물론이고 광화문이나 강남으로 빠져나가던 수요까지 붙잡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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