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기술 있는데 … 미국 장애인처럼 IT 도움 받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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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접근성센터를 방문한 OBUS 팀원들이 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음성인식 프로그램’ 등 장애인 보조기기 활용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형이 하는 말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오네. 한국 회사나 학교에도 이런 장비가 있으면 좋겠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농무부 스마트워크 센터. 청각장애 2급인 신홍섭(32·대구대 장애지원센터)씨가 수화로 지체장애 1급 정영석(35·연세대 박사과정)씨에게 말했다. 말을 즉석에서 문자로 변환시키는 STT(speak-to-text) 기기를 활용해보고 하는 말이었다. 미 농무부는 장애인 직원들이 업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이 기기를 상시 활용한다고 했다.

 신씨와 정씨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지난달 31일부터 8박9일 간 워싱턴DC와 시애틀 지역 장애인 시설을 둘러본 장애청년 드림팀 ‘OBUS(모두 함께 타는 버스라는 뜻)’의 멤버다. 정씨는 “STT 기기 같은 장애인용 장비가 대중화되면 장애인 차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농무부 이외에 조지메이슨대의 엔터프라이즈 센터와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의 기술장애연구센터(UW-CTDS)를 방문했다. 세 곳의 공통점은 값비싼 기기를 설치했다기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일상화된 기기를 활용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각장애 2급 이제욱(31)씨는 “한국과 달리 여기선 일반 회사에서도 장애인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 원격근무를 허용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정영석씨는 “한국도 세계 일류의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이 장애인 등 사람을 향하고 있지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재활법 508조에 따라 장애가 있는 사용자도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접근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애틀=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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