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나] 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황원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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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980년대 후반 세칭 명문대를 졸업했다. 군대도 가기 전에 번듯한 대기업에 ‘입도선매’식으로 스카우트됐다. 20년 가까이 그 직장에서 일했다. 2000년대 중반 느닷없이 닥친 명예퇴직. 스스로 사업도 해 봤으나 이내 접고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도왔다. 그러나 불안했다. 고교생인 두 자녀를 보며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입사 지원서를 써 본 일이 없고, 면접다운 면접을 치른 적도 없다. 이번에 재취업 컨설팅을 의뢰한 황원익(47)씨 얘기다. 그의 재취업 전략을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최영숙 청장년상담팀장과 인크루트 서미영 인사담당 상무가 분석했다.

글=정선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아프리카 수단에서 6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수출입 업무를 해온 황원익씨. 그는 경력을 살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영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룡 기자]

“뭘 잘하는 분이신가요?” 지난 16일 컨설팅 자리에서 최 팀장과 서 상무가 황씨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다. 미리 받아 본 황씨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뜻이다.

 황씨의 실제 이력은 이렇다. 18년간의 대우인터내셔널 재직 시절 주로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다. 6년 동안 수단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며 대우가 운영하던 현지 가죽공장 최고경영자(CEO)까지 겸임했다. 아직까지 연락하는 현지 사업가들이 있다. 이들을 기반으로 퇴직 후 사업을 했다. 밀고 당기는 사업 협상이 가능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고 아랍어로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황씨 자신도 “해외영업, 그중에서도 아랍 문화권인 아프리카·중동 지역에 특화된 업무를 맡는다면 기량을 200%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경력과 능력은 이력서에 한 줄로 간략하게 서술되거나 아예 생략됐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그런 인재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력을 중심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황씨의 이력서는 재취업에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류가 이력서이기 때문이다.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은 상대적으로 자기소개서가 중요하지만, 경력사원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업무를 하며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이력서가 우선이다. 인사 담당자 역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통해 자신들이 찾는 인재에 부합하는지를 1차적으로 본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자기소개서를 들여다본다.

 이력서를 쓸 때는 ‘경력 요약’에 주력해야 한다. 자신이 지금껏 어느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서술하되 시간의 역순으로 정리한다.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의 최근 경력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자격증이나 외국어 능력 및 컴퓨터 활용 능력은 이력서 말미에 붙이는 게 좋다. 채용에 중요한 정보를 앞에 쓰고, 덜 중요한 정보를 뒤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력서와 함께 경력을 조금 더 상세히 기술한 ‘경력기술서’를 첨부하면 좋다. 이력서에 쓴 경력을 더 자세히 설명하되 가능하면 수치를 근거로 든다. 황씨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런 식이 된다. ‘가죽공장 CEO 때 요르단·홍콩 등 신규 수출국을 개발해 공장 연간 매출을 20% 늘림. 1000만 달러 규모로 수단 내 업계 1위 달성.’

 황씨는 고용노동부의 채용정보 사이트 ‘워크넷’과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려놓았다. 그의 이력서를 보고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연락하길 기다리는 한편 경력자를 찾는 기업에 이력서를 보냈다.

 이런 황씨의 노력에 대해 최 팀장과 서 상무는 “너무 소극적인 구직 방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상무가 추천하는 방식은 이랬다. 우선 대기업 출신자를 뽑아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 하는 중견·중소 무역업체를 중심으로 입사할 만한 기업 리스트를 만든다. 다음엔 해당 업체가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인사 담당자나 CEO에게 직접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낸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수시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 상무는 “어느 기업이나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자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면접에 갈 때는 해당 기업과 자신이 타깃으로 삼는 시장, 그리고 그 시장에서의 경쟁 상대에 대해 공부하고 가야 한다. 자신이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까닭이다.

 황씨 같은 20년 경력자는 CEO가 직접 인터뷰하는 게 보통. CEO들은 지원자가 가진 입사 후 계획과 포부에 관심이 많다고 최 팀장은 귀띔했다.

 최 팀장은 또 “경력이 많을수록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게 마련”이라며 “자신이 구직활동 중인 걸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력직의 경우 전체의 70%가량이 지인 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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