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유엔군의 두 번째 서울 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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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951년 1월 유엔군은 가까스로 37도 선에서 전선을 정비하고 반격 준비에 나설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남쪽으로 질풍같이 진격해 오던 중공군이 갑작스럽게 유엔군과 접촉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공군의 움직임이 둔화한 것이 서울 이남까지 전진하는 과정에서 보급이 소진된 탓이라고 판단한 유엔군은 수도 서울과 38선을 회복하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유엔군은 지나친 낙관론에 들떠 무질서하게 진격하다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1950년 겨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수색 정찰을 통해 중공군 주력의 규모와 위치를 확인한 뒤 주력부대를 진격시켰다. 예상치 못한 중공군의 역습과 돌파에 대비해 예비대도 충분히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일부 부대가 중공군에 돌파당하더라도 현 위치를 사수하며 화력으로 대응해 중공군을 섬멸한다는 적극적 방어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 앞에서 신중한 접근을 선택했던 유엔군의 전략은 예상치 못했던 중공군의 반격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려했던 대로 중공군이 산악지형을 이용해 돌파하면서 전선에 큰 구멍이 났지만 그때마다 적절하게 예비대를 투입해 돌파구를 틀어막을 수 있었다. 일부 유엔군 부대는 포위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전선을 사수하며 오히려 중공군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는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공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자니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크고, 가만히 있자니 투자 기회를 흘려보낼 것 같아서다. 이런 경우 보유자금을 6~12개월 정도 나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적합하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아직 투입하지 않은 ‘예비병력’을 확보하고 있으니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분산투자 전략의 큰 장점이다. 차기 상승 국면을 주도할 종목과 업종이 불확실한 만큼 투자 대상 상품은 변동성에 대한 방어 능력이 뛰어난 인덱스 펀드 등이 제격이다.

 만약 주도 업종이 등장하며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남은 투자자금을 조금씩 공격적인 상품으로 투자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시장 국면별로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갖춰진 요즘, 이런 전략은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전진할 때는 경거망동하기보다는 충분한 예비대를 확보하며 조금이라도 확실한 성과를 챙기는 전략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수급 여건이 호전되고 추세적 상승이 시작됐을 때 남아 있는 투자자금을 과감히 활용할 수 있는 결단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조건은 필요하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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