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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 앱 깔고, 경보기 휴대 … 밤길도 든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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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산에 사는 회사원 임모(27·여)씨는 3년 전 어느 날 밤 골목길에서 치한에게 추행을 당한 뒤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입해 가방에 넣고 다닌다. 임씨는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도 여름이 되면 밤에 사람이 많이 다녀 위협을 느끼게 된다”며 “최루액 스프레이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 스프레이(6000~1만5000원대). 최루액을 치한의 눈과 코에 뿌려 일시적으로 앞을 볼 수 없게 하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2 경보기(5000~1만원대). 고리 모양의 핀을 뽑으면 120~130dB(데시벨)의 경보음이 울린다. 3 호신용 앱(app) ‘늑대다’의 실행 화면. 남자 음성으로 “누구세요?” 등의 소리를 내서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끔 한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가스총이나 삼단봉·경보기·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내 몸은 나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온라인쇼핑 사이트 ‘11번가’의 경우 지난 7월 경보기 등 호신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증가했다. 또 다른 쇼핑 사이트 ‘G마켓’에서도 지난 7~8월 동안 매주 500여 개 이상의 호신용품이 팔려 나갔다.

수요가 늘면서 호신용품도 점점 소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11번가 측은 “립스틱처럼 생긴 스프레이나 휴대전화 고리 모양의 경보기처럼 휴대성이 좋은 제품이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호신용 앱(app)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앱 ‘늑대다’는 2000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분석해 날씨·시간·지역 등 특정 환경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을 수치와 색깔로 보여 준다. 위험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경보음이 울린다. 귀갓길 자신의 위치를 보호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거나 여성 혼자 있는 집에 배달원 등이 찾아왔을 때 굵은 남자 음성으로 “얼마예요?” 등의 소리를 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이용자 송모(29·여)씨는 “집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무술학원을 찾기도 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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