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연금복권 520’의 인기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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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연호
충북대학교 교수·경제학
복권위원회 홍보자문위원

‘연금복권 520’이 대(對)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는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논란은 정부가 국민의 노후 불안 심리를 이용해 손쉽게 세수를 충당하면서도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당첨금을 지급하며, 총당첨금은 원금에 대한 이자일 뿐이라는 등 다양하다. 이런 논란은 대부분 연금형 복권이 도입된 초기 단계에서 소비자의 인식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매월 500만원을 받는 경우 총 12억원이 되므로 12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복권은 총당첨금이 12억원인 복권이 아니다. 20년 동안 받을 12억원을 지금 당장 일시금으로 받는다면 현재의 국채수익률(4.3%)로 할인하는 경우 8억원이 되며, 시중은행의 이자율로 할인한다면 이보다 더 작은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복권 당첨금 지급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한 8억원도 복권당첨자의 당첨금이 아니고, 매월 500만원의 당첨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정부의 준비자산인 것이다. 12억원에 대한 이자만 지급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연금형 복권의 원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연금복권’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소비자가 복권을 연금으로 오해하고,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연금에 가입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복권당첨금과 연금은 그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착각이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당첨금 지급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금형 복권은 거액의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 발생하는 생활파탄, 가족해체 등의 폐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도하며 복권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행위라는 사회인식을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복권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으나 복권기금은 서민주거안정, 저소득 소외계층과 국가 유공자 지원, 재해재난, 문화예술 진흥 등 균형발전에 공헌하며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도 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재원 확보 수단으로 복권에 의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연호 충북대학교 교수·경제학, 복권위원회 홍보자문위원